신발관리기부터 빨래 개는 기계까지…삼성·LG '불황 타개법'

조아라 2023. 4.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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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먼지 털어주고 냄새 관리"…100만원대 신가전 출시
CES2023에서 전시된 LG 스타일러 슈케어. 영상=조아라 기자


경기 불황으로 판매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전업계가 '신'가전에 꽂혔다. 의류 관리기·식물재배기 등을 잇따라 내놓더니 최근에는 100만원대 고가의 '신발 관리기'까지 출시했다. 불황 돌파구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슈테크(슈즈+재테크) 문화를 공략한 것이다. 이색 가전으로 가전 수요 침체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먼지 털어주고 냄새 관리"…100만원대 신가전 출시

사진=삼성전자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신발 관리기를 나란히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최대 4켤레의 신발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신발 관리기 신제품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출시했다. 2021년 처음 선보인 '비스포크 슈드레서'보다 더 많은 신발을 더 빠르게 관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향상시켰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신발을 진열하는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와 관리 기능이 적용된 LG 스타일러 슈케어를 출시했다. 슈케이스 아래 슈케어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제품을 배치할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신발의 냄새를 제거해주는 탈취 기능이 탑재 돼 있고, 살균과 건조 관리 기능이 제공된다. 세탁 기능은 없지만 운동화·구두·부츠 등 종류별 신발을 다양하게 관리할 수 있다. 스팀을 이용해 옷에 주름을 펴주고 먼지와 냄새를 없애주는 기존 의류 관리기의 '신발 버전'인 셈이다. 지금까지 신발을 관리하려면 소비자들이 전문 세탁 업체에 맡기거나 직접 빨고 건조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신발 관리기를 사용하면 번거로움이 확 줄어든다. 신발도 이제 명품 가방이나 의류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신발 관리기'는 미래 주력 소비층인 'MZ세대' 수요를 염두에 둔 제품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명품 신발을 수집하고 다시 되파는 '슈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코웬엔코에 따르면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매년 약 20%씩 성장해 2030년 약 3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을 거치며 소비자들이 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고가의 신발 관리 가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국내 의류관리기 시장은 30~40만대 규모에 불과했으나 2년 만에 70만대 안팎으로 2배 가량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와 미세먼지 등으로 틈새 가전이던 의류 관리기가 이제는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신발 관리기 시장 역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 브랜드는 싫어"…젊어지는 가전업계

사진=LG전자 제공


'이색가전' 시장의 문을 가장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LG전자는 과거 집에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2019년)'를 내놓는데 이어 가정에서 식물 재배가 가능한 식물재배기 'LG 틔운(2021년)'은 선보인 바 있다. 무선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2021년)' 역시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도 벽이나 천장에 나만의 네온사인이나 조명 등을 만들 수 있는 '더 프리스타일(2022년)'과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2021년)'에 반려동물 관리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두기업 모두 '빨래 개는 기계'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가전 '틈새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이색 가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가전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는 코로나 발생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최근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 뚝 떨어졌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고금리 경제한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가전 업체가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 '양대 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익성 높은 고가의 이색 가전을 불황 돌파구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고가 제품 구매에 거리낄 것 없는 MZ세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에 유난히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잠재 소비층인 이들 세대에게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오프라인 매장인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삼성스토어로 명칭을 바꾸고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마케팅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만우절인 지난 1일 갤럭시냥즈, 갤럭시S23 바우바우 에디션, 명태드레서 등 이색 상품 출시를 알리는 등 '만우절 마케팅'을, 최근에는 청소기를 들고 모델이 런웨이를 청소하는 파격 광고 '비스포크 제트 AI' 공개했다.

LG전자 역시 향수를 자극하는 '금성오락실'을 운영하고 최근 생동감 넘치는 디지털 영상 로고를 선보이는 등 대대적으로 '브랜드 리인벤트(REINVENT)'를 전개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콘텐츠로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관리기 등 신시장을 개척한 이색 가전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새롭게 가전 문화를 주도하고 매출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같은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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