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브릿지론…금융당국, 'PF대주단' 이달 가동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이달 중 본격 가동된다. 시장에서는 브릿지론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올 6월이 '고비'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단이 재가동됨에 따라, 불안한 시장이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PF 대주단 가동을 앞두고 이해관계자들과 협약 개정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가동을 목표로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며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각 회사별로 내부절차를 거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주단은 채권금융기관 간 공동관리를 통해 사업성이 우려되는 사업장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PF 대주단협의체를 가동한 바 있다.
이번에 당국이 대주단협의체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도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높다는 불안한 시선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과 규제 완화 등으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될 기미를 보였으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SC) 사태 등이 갑작스레 터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SVB 사태 여파가 유럽 금융시장 등으로 이어졌듯 국내 금융시장의 '약한고리'인 부동산 PF에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증권사·저축은행 등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1년말 11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7%에서 1.19%로 뛰어 올랐다. 이 가운데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8%로 전 분기(8.16%)에 비해 더 늘어났다.
금감원은 다만 금융권 PF 연체율이 2012년 말(13.62%)과 비교하면 매우 낮고, 증권사 연체대출 규모 역시 자기자본 대비 0.7%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오는 6월 '브릿지론'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부동산PF는 '본 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뉘는데, 이 중 브릿지론은 1금융권에서 본 PF대출을 받기 전 개발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주로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들이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빌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자칫 사업장 시공이 무산돼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릿지론과 본 PF의 만기는 올 상반기 몰려있다. 브릿지론의 경우 올 3월 말 37%, 6월 말에 27% 만기가 도래해 약 64%의 브릿지론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PF의 경우 1분기에 21%, 2분기에 17%로 상반기에 약 38%의 사업장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올해까지 여전히 본PF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 비중이 당분간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대주단 구성을 기존 은행권 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와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2금융권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 여전, 카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 등이 취급하는 브릿지론까지 PF로 간주해 협약에 포함시킨 것이다.
PF 대주단 협약은 상환 유예, 출자전환, 신규자금공급 등의 금융지원을 통해 정상화 계획을 마련한다.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대출 만기를 연장하도록 하고,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이뤄지면 추가 자금지원이나 이자유예 등 채무조정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상반기 중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부실 우려 PF자산을 매입한다. 캠코가 자체 재원을 바탕으로 민간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조성하고, 5개의 펀드가 각각 부실우려 PF자산을 결집해 사업정상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PF 대주단 협약 개정을 진행하면서 전국 5000개 현장 중 자금난에 있는 5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평가를 할 계획"이라며 "브릿지론 단계에서 시공사를 못 찾은 사업장을 악성을 분류, 캠코에 매각(NPL)하는 방식이 될 예정으로 부실 사업장이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잠재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PF대주단 협의체 출범으로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차주의 이자부담이 높아져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결국 공매 등을 통한 채권회수 노력 등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곽수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만기 연장시 금리는 예년의 2배 수준인 연 10~13% 수준으로 만기가 연장될수록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져 사업성이 악화되고, 차주의 이자지급불능으로 인한 기한이익상실(EOD)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 연장이 3회 이상되면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기존 사업구조 상에서는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원대상 사업장과 매각·청산대상 사업장을 분류하는 '옥석가리기' 과정에서 자본비율이 낮고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지방 소형 건설사와 중소형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 판단이긴 하나 사업성이 없는 곳들은 경매·공매를 통해 정리를 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곳들은 만기연장이나 신규대출 등을 통해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업성이 없는 곳까지 지원하는 것은 정책 취지는 물론, 대주단의 개념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금융권 PF대주단 협약 가동에 따라 사업장별로 청산 과정에서의 손실 부담이나 만기연장과정에서 우발채무의 대출 전환으로 자금수지에 부담이 크게 발생하는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고 이런 회사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경색에 빠지는 금융회사가 나온다면 극소수 중소형사일 가능성이 있으나, 단 국내 정책당국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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