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달러냐, 중국이냐…우크라전쟁이 던진 화두
러시아ㆍ브라질과 달러 없는 거래
중동 산유국들과도 대금 결제 확대
페트로달러 vs 페트로위안 구도 꿈틀
위안화 기축통화 꿈까진 산 넘어 산
참 곱씹고 곱씹어도 기묘한 느낌이 들면서도 강력한 흥미를 유발하는 표현입니다. 지난주 방중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상하이 신개발은행(NDB)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매일 밤 고민한다'는 감성 코드까지 섞어 문제제기의 심각성을 환기시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는 달러 패권을 기반으로 한 체제입니다. 그게 선(善)해서도 정의라서도 아닙니다.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힘에 의해 구축된 체제입니다. 이게 바뀌려면 이 체제를 떠받치는 축들이 허물어져야 합니다. 괜히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닌 건데요.
기축통화의 요건만 간단히 체크하고 가겠습니다. 기획재정부가 펴낸 시사경제용어사전의 기축통화에 대한 정의입니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큰 전쟁으로 유럽이 피폐해지고 안보 불안정 때문에 파운드의 권위는 시나브로 허물어졌습니다. 영국의 파운드화는 ①번 요건이 흔들리면서 기축통화로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달러는 ③번 요건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에 종종 기축통화로서 권위에 도전을 받곤 합니다. 아무튼 달러화를 기반으로 무역하는 이유는 현재로선 그게 가장 안전해 보이고 편리하며 효율적이며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주류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1ㆍ2차 세계대전급은아니지만 러시아의 영토확장 컨셉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화폐전쟁을 잠시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무역금융 데이터에 따르면 위안화 점유율(시장가치 기준)은 지난 2월 4.5%로, 1년 전보다 배 이상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점유율 6%를 차지하는 유로화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방중 이벤트로 브라질ㆍ중국은 양국 거래에서 위안화와 헤알화를 쓰기로 합의했습니다. 위안화의 점유율 확대에 탄력이 더 붙겠군요.
야심을 키워가고 있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급 지위를 얻는 건 당분간 언감생심입니다. 무엇보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태환성을 높여야 합니다. 많은 거래에 쓰여야 하기 때문에 중국 밖으로 위안화를 계속 풀면서 공급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위안화로 거래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한다면 해외로 풀린 돈이 다시 회수돼 결국 강한 위안화가 됩니다. 위안화 강세 상태에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요? 투명성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중국공산당의 권력 독점이 최우선 순위이자 대체불가인 나라에서 위안화 자산과 환율의 투명한 관리를 기대하는 러시아·브라질 자본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위안화 세계화로 가는 길은 의심과 질문으로 가득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곱씹어볼 게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촉발한 반미 또는 잠재적 반미 정권들의 자각입니다. 달러는 안전 자산이긴 한데 미국과 탈이 생기면 동결이 되는 위험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획득한 교훈일 겁니다.
물건을 파는 중국이 위안화 거래를 확대한다니까 헤지 차원에서 위안화 자산에 호감이 커질 만 합니다. 중국의 무역과 미국의 달러는 이렇게 물고 물리면서 사활적으로 경쟁하는 구도에 있습니다.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러시아식으로 대중 제재에 나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 기든 라흐만 칼럼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무역 통화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 국가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냐, 달러냐' 의 선택 앞에서 거의 일사분란하게 달러가 선택 받았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이냐, 달러냐.' 이 질문 앞에서도 그 답이 술술 풀려 나올지는 모를 일입니다. 중국 문제는 정말 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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