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손잡는 이니스프리…가맹점주 반발 잡을까
아모레, 가맹점주와 상생안 논의 중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가 올리브영에 입점한다. 지난해 매출이 15% 넘게 감소하는 등 부진했던 실적 회복을 위한 카드로 '올리브영 입점'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에뛰드, 려 등 일부 브랜드 제품을 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이다.
다만 오프라인 가맹점 수가 300개가 넘는 이니스프리의 입점은 또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도 입점 전 이니스프리 점주들과 상생 방안 논의를 이어가며 접점을 찾는 중이다. 온라인몰 입점 시 도입했던 매출 공유, 점주 지원금 상향 조정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세범 파우더' 올리브영에서 팔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오는 5월 중 올리브영에 입점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는 입점 제품, 시기 등을 놓고 올리브영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말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와 올리브영 입점에 대한 1차 회의를 가졌지만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입점 전까지 가맹점주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점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생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보상 규모와 입점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8년 자사 온라인몰에 이니스프리 제품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온라인몰 수익 공유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직영몰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본사와 점주들이 일정 비율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이어 2020년에는 수익 공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생 협약을 다시 맺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올리브영 입점에서도 비슷한 상생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이니스프리 제품의 매출 일부를 점주들과 나누는 방안이다. 다만 온라인몰 판매와 달리 올리브영 판매는 이니스프리 매장의 입지에 따라 매출 영향이 다르다. 입지에 따른 보정이 필요한 이유다.
입점 제품도 조율해야 한다. 특히 현재 이니스프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노세범 파우더'의 입점 여부가 중요하다. 이니스프리의 대표 제품인 만큼 올리브영 입점 시 가맹점 타격이 크다. 다만 올리브영 입장에서도 노세범 파우더가 입점하지 않는다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입점을 전제로 가맹점주들과 상생안을 조율 중"이라며 "곧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아모레·LG생건도 '올영'은 못 이겨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브랜드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를 올리브영에 입점시키는 건 시장 상황 때문이다. 2010년 출범한 이니스프리는 로드샵 열풍을 이끌며 2016년 매출 7579억원에 달했다. 매장 수도 100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 사드(THAAD) 사태, 코로나19 등의 영향에 실적이 급감했다. 매장은 300여개로 감소했고 매출도 3000억원 밑으로 줄었다. 2019년부터는 신규 개점을 중단했다. 활로가 필요했던 셈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2조7775억원, 당기순이익 2081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30% 넘는 성장세다. 매장은 1300여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15%, 영업이익이 30% 넘게 감소했다.
올리브영에 맞불을 놨던 로드샵 브랜드들도 최근 들어서는 '협업'을 택하는 모양새다. 스킨푸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니스프리, 미샤, 더페이스샵과 함께 '로드샵 시대'를 이끌었던 스킨푸드는 2018년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 이에 2020년 올리브영 입점을 선택했고 '당근패드'가 올리브영 패드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며 지난해 흑자전환을 이뤘다.
LG생활건강 역시 일찌감치 올리브영과 손을 잡았다. 숨37, 빌리프, CNP 등 주요 브랜드들이 대부분 입점해 있다. LG생건 제품만을 모은 기획전을 열 정도로 라인업이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30대 젊은 소비자에게 올리브영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곳"이라며 "기업 차원에서는 올리브영 입점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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