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전세런' 시작이라고요?

채신화 2023. 4. 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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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약 해지 러쉬에 임대차시장 움찔
전세 수요 하락에 월세 이어 '주세'까지
"5~6월 전셋값 하락하면 매매시장도.."

'전세 계약 해지할게요'

금리 인상, 전세사기 공포 등에 전세 인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임차인들은 더 싼 전셋집이나 월셋집으로 옮기기 위해 전세 계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인데요.

가뜩이나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심화한 가운데 계약 해지 러시가 가속화하면 임대차시장은 물론 매매시장까지 한파가 불어닥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과연 전세시장 불안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세 빼주세요'…월세 이어 '주세'도

임대차시장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대부분의 지표가 여전히 먹구름입니다. 

한동안 부동산 상승기를 타면서 저금리, 임대차2법 시행 등이 맞물리며 전셋값도 집값 못지않게 고공행진 했었는데요.

지난해부터 금리가 크게 오르고 '빌라왕' 사태 등 전세 사기 불안이 커지자 전세 수요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 여전히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세수급지수는 2020년 10월 191.1을 기록했으나 2022년 10월 기준선(100)아래인 89.4로 떨어진 후 올해 1월엔 61.6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높고 100 미만이면 공급이 높다는 뜻으로 공급이 훨씬 많아진거죠.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보니 가격도 계속 하락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월간시계열을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7월1일 기준선(100)을 넘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떨어져 올해 3월엔 88.3에 불과했는데요.

이에 곳곳에서 '역전세'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계약했던 전세보증금보다 시세가 떨어지자 기존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같은 가격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진 거죠. 

실제로 갭투자자를 중심으로 역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신청한 임차권등기명령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신청된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는 3968건으로 전년 동월(1188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죠.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지난해 말 '빌라왕' 사태까지 불거지며 전세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고요. 

그러자 '전세의 월세화'를 넘어 최근엔 '주세'까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강남권 등 일부 업무지구의 오피스텔, 원룸 단지에서 활용 중인 초단기 임대 방식인데요. 

주세는 일주일 단위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원하는 기간 만큼 계약하는 방식으로 임대인에게 매주 임대료를 납입하면 되는데요.  

거액의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돼서 자금 부담이 적고 최근 불거진 전세 사기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최근 선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임대인들도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출 이자 등 부담이라도 덜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단기 임대라도 내놓는 추세로 전해지고요.  계약해지 러시…"5~6월부터 더 불안"

시장에선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갭투자 매물이 2020년부터 늘어난 만큼 통상 계약 기간(2년)을 고려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세 계약 해지 러시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죠. 

국토연구원은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20년 3월부터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상 보증금 승계 매입 사례는 월 평균 2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른바 '전세런'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달 발간한 '광수네 복덕방 4호' 리포트에서 지금처럼 전셋값 하락이 지속하면 '전세런'(전세Run)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세런은 예금자들이 현금을 대량으로 인출하면 은행이 파산하게 되는 '뱅크런' 현상에서 착안한 용어인데요.

전셋값 하락기에 임차인들이 너도나도 전세보증금을 빼게 되면 임대인(투자자)들이 자금난을 겪고 집을 내놓게 되면서 주택 매물량 증가, 집값 추가 하락 등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서 거래 중인 주세 매물./삼삼엠투 화면 갈무리

특히 5~6월 이후부터 전셋값이 추가 하락하며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갭투자로 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등의 문제를 경고했었다"며 "전셋값과 매맷값이 같이 하향세고 마찬가지로 금리 부담이 생긴 임차인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더 저렴한 집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공시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전세보증금반환 가입기준도 하향됐기 때문에 그로인한 전셋값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시가격발 하락, 기존 갭투자에 의한 리스크 등이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 대략 5~6월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전셋집 매도, 경매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매매시장까지 끌어내리며 추가적 불안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최근 월세 비중이 소폭 감소하는 등 일부 시장 회복 기대감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9585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1만2185건으로 전체의 62.2%를 차지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60%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60.3%) 이후 7개월 만이죠.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보다 하락하면서 전세를 선택한 임차인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다만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분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잡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 부연구위원은 "올해 집값 하락이 둔화되고 지역별 상승 반전된 건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이 강한데, 이게 소진되고 나면 유동성 공급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까진 위험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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