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병무청장 “‘뇌전증’ 수사로 병역 면탈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것 각인” [세계초대석]
뇌전증 가장 병역면제 등 137명 단죄
자진해서 입대하고 있는 BTS 고마워
병역 의무 이행에 선한 영향력 기대해
선거마다 공약 등장하는 모병제 도입
외국선 모병제서 징병제로 전환 많아
인구절벽으로 병력 확보 더 어려워져
징병제 유지하면서 軍 과학화 이뤄야
“병역 면탈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치는 가장 나쁜 행위입니다. 병역 면탈 범죄는 반드시 적발돼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켰다는 것이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소득입니다.”
―청장 취임 1년이 되어 가는데 소감은.
“병무청 업무는 국민들에게 민감하고 전문적인 분야다. 윤석열정부 들어 제일 강조하는 게 공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가장 중요한 분야가 병역, 입시, 취직 아닌가. 그래도 우리 직원들이 전문성이 높고 민원인 응대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늘 이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두가 공정을 최우선시하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병무청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병무청이 최근 검찰과 병역 면탈 수사를 했다.
“병역 면탈 행위는 대부분 심리적 이유에서 비롯한다.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 병역 이행으로 학업 및 경력이 중단될 것이란 불안감 등이다. 이 두려움과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군 복무 전반부터 전역 후 진로까지 상담 서비스 제공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학생들의 경우 학업이나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군 복무 중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대학이 군 복무 중 학점 인정에 동참해주면 좋겠는데, 아직 그렇게 안 하는 곳들도 있다.”
인기 연예인이나 예술인, 스포츠 스타 등의 군 복무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팬들을 중심으로 대체나 단축 복무, 심지어 병역 면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날 이 청장은 직접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병역 의무 이행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군대 예술체육요원 축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병역 의무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실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 정부는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현재 하는 ‘병역 명문가’ 선양사업은 3대(代)가 모두 병역 의무를 마쳤을 경우 명문가로 선정하고 예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 4대가 병역 의무를 이행한 명문가도 나올 예정이다. 병역 의무 이행을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군인들도 자부심을 갖고 복무하지 않을까 한다. 정신적 예우 못지않게 물질적 예우도 필요하다. 공원 등 입장료 감면, 은행 이용 시 금리 우대, 병원 진료 시 할인 등 혜택 발굴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가 추진하는 것이 ‘국방혁신 4.0’이다. 군이 과학화, 무인화로 가면 그만큼 병력도 줄어든다. 병무청의 역할은 군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정예 자원을 선발해 적시에 적정한 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군대 대신 경찰, 소방, 해경 등에서 복무하는 전환복무제는 올해 완전히 없어진다. 전에는 병역자원이 많다 보니 신체검사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제는 그 기준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을 현역으로 입대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군과 협조하여 군이 요구하는 수준은 유지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모병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일부 정치인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과거 모병제를 실시하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징병제로 되돌아가고 있다. 모병제였던 대만도 2024년부터 다시 18세가 되면 1년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결정했다.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나라 안보 상황에서 모병제로 변경했을 때 안정적인 병력 확보가 가능할까. 굉장히 의문이 든다. 병력을 입대부터 전역까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징병제의 강점이다. 징병제냐, 모병제냐는 정치적 논리로 판단해선 절대 안 된다. 병역제도 전환은 신중히 검토한 뒤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천안함이 그렇게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폭침 후 바다에 가라앉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육상에서 생긴 일이라면 누구나 눈으로 보면서 상황을 파악했을 텐데, 배가 바닷속에 있으니 인양 전까진 다들 전문가가 되어 온갖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중에 조사에서 북한이 쏜 어뢰 추진축까지 발견되지 않았나. 조작 운운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다. 생존자들의 트라우마가 엄청나다. 위로하고 치유해주지는 못할망정 조작이라고 하다니….”
―서울 강서구의회 소속 31세 구의원의 사회복무요원 ‘겸직’ 논란은 어떻게 보나.
“구의원으로서 휴직을 하고 복무하는 것이 맞는데, 그 휴직을 누가 승인할 것인지 법적으로 미비점이 있다 보니 처리가 지연됐다. 구의회 의장이 승인권자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진 만큼 당연히 휴직해야 한다. 현행법상 학업 등을 이유로 한 병역 의무 연기는 30세까지 가능하다. 피선거권이 18세로 낮추어짐으로써 앞으로 선거로 뽑힌 선출직 공무원도 30세까지는 병역 의무 이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1957년 충남 서산 출생 ●서울 여의도고, 해군사관학교(35기) 졸업 ●경남대 행정대학원 안보행정 석사 ●해군 광개토대왕함장, 제5전단장,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제2함대사령관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장(2013) ●해사 교장(2013∼2014)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2014∼2015) ●해군작전사령관(2015∼2016) ●한국해양대 초빙교수(2019∼2022) ●한남대 예우교수(2022)
대담=김태훈 외교안보부장, 정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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