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소통 리더십' 서유석 "새로운 금융투자 시대 연다"

이남의 기자 2023. 4.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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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세제혜택 늘려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사진=금융투자협회
"국내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 과거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의 세제 혜택을 늘려 공모펀드가 되살아났던 것처럼 장기 투자를 위한 과세 정책 개편을 건의하겠다."

취임 100일을 맞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머니S와 인터뷰를 갖고 최대 당면 과제로 공모펀드 활성화를 꼽았다.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이른바 '단타' 위주의 직접 매매보다는 전문성이 뒷받침되는 간접·장기투자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통 리더십'을 취임 일성으로 꼽은 서 회장은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를 만나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 출신, 공모·사모 투자 부활


올초 금융위원회는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종합 방안'을 정책 과제로 보고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위, 한국거래소와 함께 태스크포스(FT)를 구성하고 공모펀드 시장 부활을 위한 종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서유석 회장은 "기존 공모펀드 활성화와 함께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상장지수펀드) 중심으로 공모펀드 시장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공모펀드의 ETF 전환 상장이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성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출신인 서 회장이 공모펀드의 ETF 전환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역설한 데는 해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미국 펀드시장은 처음 공모펀드의 ETF 전환 사례가 나온 후 올해까지 총 40개 공모펀드가 ETF로 상장됐고 ETF 전환 규모는 순자산 기준 총 400억달러(약 52조6000억달러)로 커졌다.

서 회장은 "브랜드 가치가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모펀드가 ETF로 상장하면 운용사가 판매사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을 수 있다"며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정치 이슈로 몰락한 사모펀드 시장은 역할을 재조명해 새로운 투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1988년 2월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업계 첫 발을 내딘 서 회장은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지난해 11월까지 미래에셋운용 대표를 지냈다.

자산운용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그가 펀드시장의 부활을 강조하는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주식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일 반도체대장주의 강세에 힘입어 2500선을 탈환했다. 코스피가 장중 2500을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1일(2501.43) 이후 88거래일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8월18일(2508.05)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서 회장은 "최근 ETF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하루 평균대금이 3조원으로 코스피의 3분의 1을 넘어섰다"며 "수년 전에 채권형 ETF 투자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 못했던 것 처럼 공모·사모펀드 시장이 살아날 것을 대비한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주역, '아시아 톱3' 금투사 육성


서 회장의 시선을 국내 주식시장을 넘어 해외 금융투자시장으로 향한다. 금융산업은 내수산업이라는 인식을 벗을 수 있도록 금융투자회사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금투사의 해외 진출국은 16개국, 해외 진출 회사는 41개사다. 증권사는 14개사가 13개국, 자산운용사는 27개사가 13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자기가본 기준 글로벌 금투사 순위는 1위 중국의 중신증권(약 33조9000억원), 2위 일본의 노무라증권(약 28조원), 3위 일본 다이와증권(약 16조8000억원)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9조원)과 NH투자증권(6조8000억원), 한국투자증권(6조3000억원)의 몸집은 이들의 절반을 못 미친다.

서 회장은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가진 '금융 DNA'는 해외에서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자기자본을 키운 증권사들이 인프라 사업을 기반으로 금융수출 시대를 열고 운용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해외진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에 재직한 시절 해외 진출을 성공시킨 주역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2003년 홍콩법인을 설립,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2022년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외 총운용자산(AUM)은 250조원 규모로 이 중 약 40%에 달하는 97조원은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에서 ETF를 상장해 운용 중이다.

서 회장은 "인구 1위의 국가인 인도는 유럽, 미국과 달리 한국이 진출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시장"이라며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면 아시아 톱 3위의 투자은행(IB)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취임 후 금투협의 국제업무부를 대외정책본부로 이관했다. 국제업무부는 해외 비즈니스 트립(출장)과 글로벌 네트워크(해외 관계망) 확대를 통해 회원사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서 회장은 올 하반기 금투사 CEO와 연이어 해외출장을 계획했다. 글로벌 투자 노하우 등을 파악하고 성장 엔진으로 삼기 위한 취지다. 이달에는 자산운용사 CEO와 프랑스, 이탈리아, 5월에는 증권사 CEO와 영국, 아일랜드 출장길에 오른다. 오는 8~9월에는 부동산신탁사 CEO들과 해외 출장을 계획했다.

서 회장은 "체력이 되는 금투사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자본을 수출해야 한다"며 "금투협은 새로운 투자의 시대, 해외 금융시장에서 투자 노하우를 인정받는 금투사를 지원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프로필
▲1962년 충남 논산 ▲배재고 ▲고려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1988년 하나증권(전 대한투신) 입사 ▲2006년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사장 ▲2010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2016~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23년~현재 금융투자협회 6대 회장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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