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으로 얻은 성취감…‘새마을운동’에서 영감 얻은 농촌개발[키르기스스탄의 봄③]
오후 체육활동도…손전등 없이 마을 간 왕래도
2단계 양봉사업…3단계 진공포장시설로 유통
단계별 차등 ‘경쟁방식’ 도입…“성과 체감 중요”
[헤럴드경제(오쉬)=최은지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지난해 한 번 꿀을 생산했고, 올해는 교육을 잘 받아 세 번 정도 꿀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제2의 도시 오쉬시로부터 76㎞ 떨어진 알라이군은 국토를 유려하게 흐르는 알라이산맥의 한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취재진이 11일(현지시간) 찾은 굴초면 ‘줄루수’ 마을은 해발고도 1907m에 145가구 695명의 주민이 모인 작은 마을이다.
취재진을 맞은 마을 주민들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코이카는 이 지역에 새마을 기반 지역개발 사업에 단계별 차등 지원 방식을 도입했다. 먼저 키르기스스탄 정부 등의 요청이 있는 30개의 시범마을을 선정했다. 이들은 1단계 ‘기초마을’로 선정돼 마을자치위원회를 구성한 후 가장 시급한 지원이 무엇인지 논의했다.
마을의 숙원은 ‘가로등 설치’였다. 이 마을의 학교는 알라이산맥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 교통사고가 빈번했다. 어르신들이 인근에 있는 사원을 다녀올 때면 안전을 위해 가족들이 손전등을 들고 함께 해야 했다. 해가 일찍 지는 산골 마을의 밤은 더욱 위험했다.
코이카의 예산으로 마을 인근의 고속도로 3㎞ 구간에 75개의 가로등이 설치됐다. 면정부는 여기에 5개의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가로등은 면정부 소유로 귀속돼 시설 유지와 관리, 보수까지 책임을 지게 됐다.
80개의 가로등은 밤에도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등대가 됐다. 연평균 3건 이상 발생하던 교통사고는 0건으로 줄었다. 어르신들도 마음 놓고 혼자서 사원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옆 마을 카라볼라와도 교류가 가능해졌다.
학부모인 칼부 프리므쿨로바(57·여) 씨는 “4년 전 2학년 여학생이 카리볼라 마을에서 등교하다가 교통사고가 나 병원으로 호송된 적 있다”며 “이제는 오후에도 체육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키나이 멘디바예바(15·여)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 어두워서 무서웠는데, 이제는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줄루수 마을은 1단계에서 사업실행평가를 통과해 2단개 15개 마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양봉을 결정했다. 알라이산맥 지형은 양봉사업을 하기에 적확했지만 시설 투자도, 사업 방법도 몰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코이카는 170개의 양봉시설을 지원하고, 마을개발위원회는 주민 9명을 시설관리인으로 선정했다. 꿀벌을 구입하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등 ‘자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취약계층에는 수익을 우선 배분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마을발전기금으로 양봉시설에 재투자하며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술탄벡 카리쇼프(54) 굴초면 부면장은 “이 마을은 80% 이상이 목축을 하고 10~15%는 온천 관광객을 위한 민박집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코이카와 함께 일하면서 양봉사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저희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루수 마을은 2단계도 성과를 인정받아 3단계인 최종 ‘자립마을’로 선정된 9개 마을 중 하나다. 이 마을은 양봉시설로 생산한 벌꿀의 품질을 향상하고 유통하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코이카가 벌꿀 진공포장시설을 지원하고, 면정부는 시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현재 생산된 벌꿀을 판매하기 위한 국가 인증을 취득하는 단계다.
사업 수행기관인 굿네이버스의 전홍수 키르기스스탄 지부장은 11일(현지시간) “마을 주민들이 교육·보건·사회기반시설 등 기초 환경이 개선되는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고, 이를 기반으로 얻은 자신감으로 마을 소득 증대까지 나아가는 종합적인 발전 사례”라고 설명했다.
줄루수 마을도 3단계의 과정을 이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경험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의견을 모아 무언가를 결정하고, 무엇보다 단계별로 사업을 ‘증빙’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빙’ 단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줄루수 마을의 성취는 마을 분위기를 바꾸었고, 이웃 마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지부장은 “지역 주민들의 자립 의지와 하고자 하는 열망, 이를 모아내고 참여하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이자 동력”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자체 생산한 꿀을 브랜딩하며 의욕을 보인다. 이름은 ‘에코 줄루수 마을’이다. 현재 kg당 3.5달러인 벌꿀은 국가 인증을 받게 되면 kg당 7달러(매출액)로 기대하고 있다. 목표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벌꿀 1t을 생산했는데 올해는 3t을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100개 시설을 운영해 양봉 중이며, 올해는 170개의 시설을 전부 운용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농촌개발 사례에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물론 다른 국제기구들도 관심을 보이며 연계사업을 문의하고 있다. 코이카는 키르기스스탄 전체의 농촌 개발을 이끄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에코 줄루수 마을’ 꿀이 지역을 넘어 세계로 수출되는 날을 기원한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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