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보다 전기 적게 쓰면 돈 주는 ‘에너지 캐시백’… 7월부터 신청 쉬워진다
OECD 평균보다 1.7배 많이 쓰는 韓
“에너지 아낀 만큼 환급” 당근책에도
국민 참여는 정부 기대의 30% 수준
‘단지 자동 가입·요금 차감’으로 변경
윤석열 정부가 작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에너지 캐시백’ 사업의 국민 참여율이 당초 정부 기대치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캐시백은 주변 다른 단지·세대보다 평균 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그만큼 돈으로 돌려받는 제도다. 에너지의 9할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세계에서 열 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한국의 에너지 다(多)소비 행태를 바꾸고자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에너지 캐시백 참여 방식을 개별 세대 가입에서 ‘단지 소속 세대 자동 가입’으로 바꾸고, 캐시백 방법도 계좌 환급에서 ‘요금 차감’으로 변경해 더 많은 국민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18만세대 참여 예상했으나…5만5000세대 가입
1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7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 중인 ‘에너지 캐시백’ 참여 가구는 2023년 4월 현재 약 5만5000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기대한 수준의 30%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에너지 캐시백 사업을 기획하면서 참여자 규모를 18만세대로 예상한 바 있다.
에너지 캐시백은 전체 참여 세대·단지의 평균 절감률보다 높은 절감률을 기록한 세대·단지에 해당 절감량에 상응하는 현금을 6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18만세대 참여를 전망한 건 시범사업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5월 세종·나주·진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에너지 캐시백 시범사업을 실시해 총 779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779MWh는 현대 전기차 ‘니로’ 1만2200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490만km 주행 가능)이다. 시범사업에서 세대 평균 절감률은 14.1%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시범사업 참여자의 99%가 사업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에너지 캐시백 흥행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본사업 착수 9개월의 성과는 정부 기대와 달랐다. 산업부는 지난해 7~8월 2개월 동안 에너지 캐시백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전국에서 3만8450세대만 신청했다. 참여율이 기대에 못 미치자 정부는 추가 모집에 나섰고, 올해 현재 5만5000세대까지 참여 가구를 늘렸다.
◇ 7월부터 단지 차원 가입…계좌 환급은 요금 차감으로
흥행 부진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우선 환급 규모가 구미에 확 당기는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캐시백 미션에 성공한 세대는 절감량 1킬로와트시(kWh) 당 30원을 받는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236.14kWh다. 에너지 캐시백 시범사업의 평균 절감률인 14.1%를 적용하면 에너지 소비 절감에 성공해도 돌려받는 돈은 약 10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에너지 캐시백 자체가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신생 사업인 만큼 대국민 홍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부지런히 해당 사업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며 “에너지 캐시백 참여 가구에 주는 혜택도 강화하기 위해 예산 당국, 에너지 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에너지 캐시백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7월부터 참여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현재는 세대별로 개별 신청하는 구조인데, 하반기부터는 아파트 주민 자치회 등이 단지 차원에서 가입하면 해당 단지에 속한 세대 전체가 자동 가입된다. 또 캐시백 방법도 계좌 환급에서 요금 차감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하면 계좌 등록 등의 번거로운 가입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 에너지 93% 수입하면서 펑펑 쓰는 대한민국
이처럼 정부가 돈을 돌려주면서까지 에너지 소비 절감에 열을 올리는 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동시에 저효율 소비국이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배 이상 많다. 반면 에너지원단위(경제 활동에 투입된 에너지 효율성)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93%는 외국에서 수입된다.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정책 방향을 기존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해 오는 2027년까지 국가 에너지 효율을 25%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키운 에너지 대란 우려와 에너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소비 절감은 국민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국가적 과제로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 자체가 국민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당근 정책”이라며 “환급금 규모와 혜택부터 따지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에너지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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