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 명소된 여의도한강공원…'길거리 음식’ 파는 노점 절반 이상, ‘가격 표기’ 없었다

김태호 기자 2023. 4.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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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한강공원 22곳 중 13곳이 가격표기 없어
외국인관광객, “가격표기 없으면 혼란스러울 따름”
음식점 등록 안된 곳이라 가격표기 규제 근거 없어

“아무래도 가격표가 없으면 우리 같이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혼란스럽죠.”

미국인 여행객 그램 그로(29)씨는 지난 17일 처음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을 방문했다. 공원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친구를 기다리던 그로씨는 심심한 입을 달래고자 음식을 파는 길거리 노점상을 방문했지만 마뜩잖은 기분이 들었다. 20여개 넘는 점포 중 절반가량이 음식 가격을 따로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씨는 4000원에 탕후루 하나를, 5000원에 군옥수수 하나를 사오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로씨는 “혹여 외국인이라고 ‘돈을 더 받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여행 온 미국인 애스톤 카터(24)씨는 지난 17일 6000원을 내고 다코야키를 샀다. 카터씨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게에 가격 안내가 따로 없는 것은 아쉽다”며 “한국말로 가격을 묻지를 못하다 보니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동안 빗장이 걸렸던 하늘길이 풀리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다시금 늘고 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흐르는 큰 강이 있고 벚나무가 수두룩한 수변공원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여의도한강공원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관광필수코스’가 됐다. 노점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도 공원의 여유를 즐기는 한 요소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노점상들이 가격 표기 없이 음식을 팔아 정해진 가격을 지불했는지도 모른 채 돈을 내기도 한다.

이날 오후 7시쯤 여의도한강공원엔 22곳의 노점에서 닭꼬치, 떡볶이, 닭강정 등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13곳의 점포가 가격을 따로 표기하지 않은 채 음식을 팔고 있었다. 탕후루를 파는 한 점포는 ‘탕후루에 인생을 걸었다’는 광고 문구만 있을 뿐 가격이 없었다. 이날 9명의 나들이객이 줄을 선 닭꼬치집도 가격 표시가 따로 없었다.

이날 여의도한강공원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관광지라 어쩔 수 없이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지만 가격 표기가 없는 점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한국에 여행 온 미국인 애스톤 카터(24)씨는 이날 6000원을 내고 다코야키를 샀다. 한 팩에 8개가 들어가 있는 타코야키 1개 당 약 800원가량 요금이 지불된 셈이다.

카터씨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게에 가격 안내가 따로 없는 것은 아쉽다”며 “한국말로 가격을 묻지를 못하다 보니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은 우루과이인 마리아나(34)씨도 “우루과이 물가와 비교해 길거리 음식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격표가 없는 곳이 많아 제값을 주고 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음식 가격을 게시하지 않은 상인들에게 이유를 묻자 탕후루를 파는 한 노정상은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해 따로 메뉴 가격을 붙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오리감자를 파는 한 노점상은 “다른 상인들도 모두 가격 표시를 안했기에 우리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점에 가격 표시가 없다고 단속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음식점 내부 혹은 외부에 음식 가격을 표기하도록 규정하지만 노점은 애초에 음식점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영업소다. 그렇기에 신고하지 않고 음식을 파는 노점의 가격 표시 여부를 단속할 근거는 없다.

지난 17일 오후 7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길거리 음식을 파는 한 노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태호 기자

길거리 음식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외국인들마다 의견이 갈렸다. 프랑스 여행객 마틸다(27)씨와 일리나(22)씨는 “명동에서도 길거리 음식을 산 적이 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관광객 마를린(20)씨는 “핫도그 하나를 4000원 주고 먹었는데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외국인들 사이 가격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이유는 최근 원·유로 환율이 올라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7일 1유로는 1427.48원으로 1년 전(지난해 4월 18일·1330.66원)과 비교해 7.3% 뛰었다. 원화 대비 유로 환율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내려가기에 유럽 현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한국에서 음식 가격이 그대로라도 유럽인은 더 낮은 유로를 지불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원화 약세의 가격 효과를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게 되는 아시아권의 관광객은 한국의 비싼 물가를 제대로 체험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에 여행 온 태국인 카틴다 제이(32)씨는 “전날(16일) 명동의 유명한 식당에서 칼국수를 1만원 주고 먹었는데 오늘 여기서 닭강정 중간 사이즈를 1만원 주고 샀다”며 “닭강정은 가격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누적된 무역 적자 등으로 형성된 원화 약세 등 환율 변동으로 인한 현상이 수출 경기 회복 등으로 정상화된다면 미국·유럽 지역 관광객들을 끌고 있는 한국 먹거리의 가격 경쟁력이 소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이점이 사라지고 바가지 가격으로 인한 불쾌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가격 표기를 통해 신뢰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노점에서 가격 표기가 없으면 여행객 입장에서 충분한 신뢰감을 못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노점을 강압적으로 단속하고 정찰제를 무리하게 시행하지 않더라도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노점도 잘 보이는 곳에 가격을 게재하도록 지자체나 한강사업본부에서 계도한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11개 한강공원을 관리하는 한강사업본부는 지속해서 노점상을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서울시 조례를 어기고 영업하고 있다”며 “여의도안내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노점상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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