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키르기스스탄의 봄①]
한국 ‘새마을운동’ 접목한 농촌개발 모델 성공사례
키르 내각회의에 보고…국제기구 연계사업 문의도
선거 개표시스템·공공행정·IT 등 ODA 사업 ‘성과’
“韓국민의 근면·협동 정신 감동적…경제성장 연구”
[헤럴드경제(비슈케크·오쉬)=최은지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한국 국민께, 특히 윤석열 대통령님께 꼭 안부를 전해주세요.”
러시아와 중국, 아프가니스탄, 터키와 접경해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통로인 중앙아시아의 5개국 중 하나인 키르기스스탄. 이 중에서도 제2의 주도 오쉬시에서 94㎞ 떨어진 인구 950명의 작은 마을의 바이엔토브 볼롯(56) 마을개발위원회 면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취재진이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찾은 오쉬 카라쿨차면 ‘사리-카무쉬’ 마을에서 열린 다목적여성센터 개소식에는 오쉬주 부주지사가 참석하면서 성대하게 열렸다. 마을 주민은 한국에서 먼 곳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라마단 기간(금식의 달)이라 자신들은 음식을 먹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소담스러운 음식을 준비해 잔치를 열었다.
마을 잔치에 부주지사가 참석할 정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키르기스스탄 농촌개발 ODA 사업이 두 번째 단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오쉬주는 바트켄주(州)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전체 빈곤층의 약 29%가 거주하는 남부의 개발소외지역이다. 전체 인구의 37%만이 기초생활인프라에 접근이 가능하고, 가부장적 문화로 2017년 UNDP 젠더불평등 지수는 91위로 다른 구소련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키르기스스탄의 농업 분야는 2016년 기준 전체 GDP의 16%를 차지하지만 정치적 변동성과 기후위기, 소농가 중심의 낙후된 생산-판매 체계로 농업 GDP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코이카는 2017년부터 5년간 한국의 농촌지역개발 모델인 ‘새마을운동’을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적 마을협동 문화인 ‘아샤르’에 접목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총 350만달러)을 시행했다. 단순히 예산 지원하는 방식을 탈피해 마을 주민들의 삶에 녹아들어 체화하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특히 단계별로 차등 지원을 통해 마을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성취감을 부여한 것이 성공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2021년부터는 5년간 NGO단체 굿네이버스와 포괄적 농촌개발 모형을 도입하는 ‘민간 협력형 프로젝트’(총 790만달러)가 진행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장 필요한 인프라를 결정하고 코이카(80%), 굿네이버스(20%)의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면·군·주정부의 예산도 확보했다.
기존 사업을 통해 ‘성취’를 경험한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예산을 결정하고 능동적으로 확보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
한 가정당 평균 3명의 자녀를 둔 다가구 문화를 가진 키르기스스탄의 시골마을에서는 아이를 돌보느라 여성의 수익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날 개소된 다목적마을센터에는 단기 유치원도 있어 여성들은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센터에 모여 유제품과 수공업 작업을 함께하며 수익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저축에 대한 개념을 전수하기 위한 가계부 쓰기 교육 등을 통해 가계 소득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에리느시 톨토예프 오쉬 부주지사는 12일 “오쉬주는 150만명의 인구가 있는데 대부분 농업, 축산업으로 소득을 창출한다”며 “앞으로도 농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품질이 좋은 종자를 개발하고, 축산 분야에서도 생산성 있는 축우를 생산하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이카의 농촌개발 ODA 사업은 키르기스스탄 내각 회의에 보고되고, 다른 국제기구에서 협업을 요청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관심받는 성공모델로 자리잡았다. 고무적인 것은 ODA의 중요 목표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무상원조를 지원하고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개발 의지, 수혜자인 마을 주민들의 성취감을 통한 적극성, 나라의 특성에 맞는 ODA 사업을 시행하는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다.
파이조바 아이굴(37·여) ‘사리-카무쉬’의 코지 오르몌케예프 학교장은 “이 사업을 하게 되면서 한국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많은 도움 주고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예전에 한국에 대해 배웠던 것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코이카의 ODA 사업을 통해 접한 한국의 발전상이 키르기스스탄의 목표가 됐다. 1991년 구소련으로 독립해 정권이 수립된 지 20년이 갓 넘은 신생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도움으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개표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고, 선거를 위해 도입된 전자주민카드는 중앙아시아 최초로 생체인식 정보가 탑재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의 전자정부를 모델로 하는 행정정보 공유체계 ‘툰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1년 키르기스스탄을 ODA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해 올해는 2022년 대비 76%가 증가한 965만달러가 지원된다.
권위주의를 경험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서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의 지금이 키르기스스탄의 미래다.
취재진이 만난 내각 관계자들은 저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의 30년 전의 단계를 밟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카낫 아브드라흐마노프 경제상업부 차관은 11일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들도 책상 위에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책을 항상 올려두고 있고, 저도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책과 논문들을 많이 연구했다”며 “한국 국민의 근면, 협동, 진보가 아주 감동적이고,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부 투자유치국장을 지내 오랫동안 무상원조를 담당하면서 한국의 ODA에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
베기마이 톡토르바예바 경제상업부 국장은 “한국과 혁신, 디지털 분야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특별히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농촌 개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농촌 개발에 기여하는 다른 국제기구들은 거의 없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수 코이카 키르기스스탄 사무소장은 “코이카는 정부의 5대 중점협력국가인 키르기스스탄에서 공공행정 분야, 농촌개발 분야 및 환경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코이카의 5대 사업이 키르기스스탄의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 발전 및 양국 간 교류 협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리-카무쉬 마을의 볼롯 면장은 “다른 국제기구에서는 프로젝트가 마감되면 그냥 철수하지만 코이카는 한 가지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실현해 긴 기간 동안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국민과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이유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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