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박서준, "아이유 다가가기 쉽진 않았어요" [TEN인터뷰]
[텐아시아=최지예 기자]
"혹평 받을지언정 도전하는 결정을 하고 싶어요."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니트를 입은 배우 박서준은 그 정갈함에서 운동선수 같은 느낌이 풍겨났다. 1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 인터뷰에 나선 박서준은 벌써 4년 전에 촬영 완료된 캐릭터 홍대의 모습을 꺼내놨다.
박서준은 극중 축구선수 출신 홈리스 월드컵 감독 홍대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아이유가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소민으로 분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홍대와 소민은 직설적이고 가감 없는 티키타카로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박서준은 아이유와 연기 호흡에 대해 "티격태격 이 이상은 없겠구나 하니 아쉬웠다. 홍대와 소민의 관계성에서 오는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면서도 "감독님이 그걸 의도하신 거 같다. 작품이 나왔을 때 박서준과 아이유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면 오히려 관객분들이 상상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한 거 같다"고 전했다.
박서준은 평소 팬이었던 아이유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기대가 컸다. "제가 워낙 팬이었어요. 연기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굉장한 성공을 거두고, 정말 좋은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작사도 하고요. 연기도 굉장히 깊이 있게 한다고 생각했고, 같이 호흡했을 때 어떨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아이유의 연기에 대해서는 '가볍지 않다'고 평했다. 그는 "'브로커'나 여러 영화들을 봤을 때 깊이가 있었다. 진중할 거 같은 느낌이었고, 같은 걸 표현하더라도 가볍게 표현할 거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미지가 제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가볍게 툭툭 치는 연기였는데, 이런 톤도 좋았어요. 저는 연기에 있어서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유와 연기하면서 '리액션에만 집중해서 연기했어도 참 좋았겠다' 할 정도로 호흡하면서 좋았습니다."
'아이유와 많이 친해졌냐'는 말에 박서준은 "나름대로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친밀도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다. 어느 정도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며 "팬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가가긴 쉽지 않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축구 애호가로 정평이 난 박서준은 홍대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디테일도 세심하게 챙겼다. 긴바지 보다는 반바지를 많이 입는 설정, 반팔 라인에 맞춰진 태닝 등 실제 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관심이 많은 축구선수 역할이었기에 몸 만드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상체보다는 하체 운동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축구 선수들 허벅지가 정말 크잖아요. 그런데 몇 달 만에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흉내만이라도 낼 수 있게 노력을 한 거 같아요. 특히, 공이랑 친해지려고 시간을 많이 썼어요. 조기 축구에 나가서 아저씨들과 공도 찼죠."
그 결과 실제 선수에 가까운 몸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영화 속 홍대의 축구신에서 'CG를 쓴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나왔을 정도. 박서준은 "CG설 감사했다. 그런 이야기는 기대도 안 했는데 제가 잘 하긴 했나보다"라며 웃었다.
"좋게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하죠. 모든 건 기대가 없을 때 최고의 효과가 나오는 거 같아요. 하하! 카메라 워킹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실제 경기 중계 카메라가 찍는 단편적인 앵글이었으면 그렇게까지 잘해보이지 않았을 거 같은데 촬영팀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셨죠. 감사합니다."
월드 클래스 축구선수 손흥민과 절친으로 알려진 박서준은 실제 축구 실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동네 축구 수준이다. 제 실력은 평가선상에 있지 않다.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홍대는 축구선수로서 '만년 2등'이라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홍대에 대해 "열등감, 애정 결핍, 부모의 사랑이 많이 필요했던 인물"이라고 봤다.
"홍대는 표현도 서툴고, 진심은 아닌데 틱틱대고 투덜투덜 거리죠. 그런데 홍대를 바라보면 당연히 이유가 설명이 돼요.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만년 2등이고 이 벽을 깨지 못하는 인물이니까 열등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천재 앞에서는 작아지잖아요. 저도 어떤 영화를 보거나 했을 때, 어떤 배우의 연기를 봤을 때 '난 저걸 못 할 거 같다. 저건 저 사람밖에 못 할 것 같다'는 게 있어요. 홍대도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요?"
박서준에게 그런 배우가 있었는지, 어떤 배우에게 영감을 받는지 물었다. 그는 "동녀배 중에서는 최우식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고민 없이 답했다. 박서준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 특별 출연을 통해 최우식과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최우식은 박서준 주연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에 특별 출연한 바 있다.
"저희는 결이 달라요. 서로 그걸 굉장히 잘 알고 있죠. 서로 부러워 하는 지점도 있고요. 저는 (최)우식이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선배 배우들 이야기도 했다. 박서준은 "자극을 많이 받는 건 선배님들이죠. '내가 저 나이가 됐을 때 저 만큼의 깊이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또 '내가 저 나이까지 연기를 하고 있긴 할까?' 이런 생각도요. '그 과정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송강호 선배나 이병헌 선배를 보면 저런 깊이들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자리잡은 박서준은 미국 마블 스튜디오 영화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의 얀 왕자로 연기하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도 발을 디뎠다. 그런 그에게도 과거 불안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다 과거로 돌아간 박서준은 "예전엔 걱정이 많았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은 사랑을 주셔서 미래보다는 현재 주어진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엄청난 계획은 내가 할 수도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잖아요. 내가 현재를 잘 만들어 놔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현재를 잘 살아가다 보면 좋은 미래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사뭇 진지한 각오를 내놨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고요. 혹평을 받을지언정 도전적인 선택을 하면서 나 자신을, 내 영혼을 잘 지켜야지만 앞으로가 있는 거 같아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이 처음 출전했던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각색했다.
'드림'은 오는 4월 26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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