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식당은 종합예술, 외식디자이너로 불러주세요”...김치헌 호박패밀리 대표
작년 매출 320억...올해 500억 목표
“외식사업, 맛은 기본...모든 부분 총체적 디자인해야”
요식업 준비없이 쉽게 뛰어드는 것 경계해야...사장이 직원에게 기대선 안돼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한 달에 14.8회 외식을 한다. 직접 식당을 찾아가고 배달을 시키기도 하며 포장(테이크아웃)한 음식을 집에서 즐긴다.
이 외식 시장 규모만 해도 올해 기준 136조원. 4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자동차 시장 3배가 넘는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는 세계 외식시장 매출액을 4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광대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치열하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을 선점하기 위해 아이디어 경쟁은 매년 격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외식업장 수가 유난히 높은 국가다. 팬데믹 이후 바깥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새 봄을 맞았다.
하지만 외식업계에는 ‘대박신화’라는 유령도 배회하고 있다. ‘대박집’으로 불리는 식당들이 수시로 등장하면서 외식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는 일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함께 늘었다.
간단한 메뉴로 매년 수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식당 사례를 보고 퇴직금을 끌어다 식당을 차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은퇴 후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0~30대 젊은 직장인까지 이 행렬에 동참하는 추세다.
요식업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꼽히는 김치헌 호박패밀리 대표는 “요식업에 뛰어드는 많은 사람들이 준비 없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다”면서 “식당 운영을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사장이 직원에게 기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취업할 때도 2~3년 공부하고 준비하는데 식당업은 너무 안일한 태도가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김치헌 대표는 2009년 호박식당 약수 본점을 시작으로 현재 10개 브랜드, 60여개 점포를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외식 기업 경영인이다. 그가 운영하는 호박패밀리는 지난해 기준 매출 3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예정한 해외 점포 런칭 등이 성공리에 이뤄지면 500억원에 근접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 취향을 제대로 포착하는 게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국내 외식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소비자들은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부가적인 요소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꼼꼼히 보는 건 물론이고 유행하는 음식점을 모두 직접 돌아다니면서 맛보고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음식을 맛있게 하면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외식 사업에서 음식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안돼요.
맛은 당연한 거고, 사장이라면
업장 콘셉트, 직원 교육과 응대 방식을 포함해
손님이 우리 식당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저를 ‘외식 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김치헌 호박패밀리 대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식 창업자 가운데 70%는 한식(韓食)으로 메뉴를 정한다. 그 중에서도 고기는 가장 흔한 아이템이다. 김 대표 역시 2009년 호박식당이라는 고깃집으로 처음 외식업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내놓은 고기는 여느 식당에서 내놓던 고기와 달랐다.
“이전에는 손님이 고기를 주문하면 고깃집 주방에서 양념을 다 한 고기를 넓은 쟁반에 펼쳐서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호박식당에서는 고기를 손님 앞에서 직접 가볍게 양념해서 바로 구워줬죠.”
그는 이 아이디어를 “창업 이전 아르바이트 하던 고깃집에서 떠올렸다”고 했다. 어느날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머릿 속에서는 수년 동안, 매일 저녁 고깃집에서 일하는 시간마다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호박식당이 성공하자 김 대표는 마치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자들처럼 잇달아 다른 식당을 선보였다. 한우 숙성육 전문점을 표방하는 ‘한와담’, 양고기를 중심으로 한 ‘양파이’, 커피 전문점 ‘카페인잇’, 평양냉면·곰탕수육에 집중한 ‘미미담′, 단출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오마이포′까지, 그가 만든 브랜드는 외식을 즐겨하지 않더라도 먹자골목이나 시내 중심지를 지나며 최소 한두 번은 간판을 접했을 식당들이다.
여러 전방위적인 브랜드에서 수차례 성공을 거둔 비결을 묻자 그는 “사실 실패해서 사라진 브랜드도 많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호박패밀리 여러 브랜드 음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고기’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많이 다르지 않은 음식이에요.
한식 중에서도 육류,
그 중에서도 소와 돼지, 양, 육수
이렇게 전체적인 영역에서 퍼져 나가는 세부 브랜드라고 보시면
오히려 각각 브랜드가 전문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보이실 겁니다.
김치헌 호박패밀리 대표
그는 “지금도 일단 아이디어가 생기면 직접 세부적인 내용을 짜고 계속 고민한다”며 “이런 디테일(detail)에서 승패가 결정나기 때문에 식당은 종합예술”이라고 덧붙였다.
호박패밀리 브랜드가 갖는 정체성 역시 이런 심도 있는 고민에서 나왔다. 굳이 메뉴판을 꺼내 보지 않더라도, 옆 테이블이 먹는 음식을 보면 어떤 음식을 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주요 메뉴에 대한 전문성이 뚜렷하다. 예컨대 손님 대부분이 호박식당에서는 야키니쿠를, 한와담에서는 차돌깍두기볶음밥을 주문한다.
그는 직접 만든 여러 브랜드를 떠나 보내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손님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특별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핫’하고 ‘힙’한 곳이라면 필수로 방문하지만 금방 질리죠. 식당이 SNS에 음식을 맞추다 보면 일회성 맛집이 되는 겁니다. 소비자의 호기심이 지속적이지는 않거든요. 따라가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죠.”
김 대표는 회사가 질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만큼 양적 성장을 함께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호박패밀리는 2016년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태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파리 같은 해외 각지에서 한식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태국에서 검증받은 호박패밀리 메뉴들이 있지만,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도 많아요. 한국적인 요소를 현지화해 다시금 조명받을 만한 한식을 브랜드화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앞으로 미국 시장 확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공간 사업과 물류·온라인 판매업에도 앞으로 더 신경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올해 금호동과 황학동에 이어 6월 장충동에 네번째 더 스페이스 프로젝트(The Space Project)를 완공한다”며 “호박패밀리 브랜드와 아이디어로 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문에서는 ‘호박라인스’라는 호박패밀리 공식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밀키트와 HMR(Home Meal Replacement)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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