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ㅇㄱ일 뿐" 3년차 미래의 클로저와 21년차 대선배의 선문답, 행간에 남긴 바람

정현석 2023. 4. 1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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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마무리 계보를 이어받아야 할 후보 중 하나다.

야구는 말이지, 'ㅇ의 야, ㄱ의 구'야.

3년 차 특급 좌완의 복잡한 생각을 많이 줄여줬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야구의 보다 본질적인 면에 집중하는 마운드 위 파이터가 되기를 선배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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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2 KBO리그 경기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삼성 우규민이 마운드에 오르는 이승현을 격려하고 있다.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05/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 데뷔 3년 차를 맞는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현(21).

삼성의 마무리 계보를 이어받아야 할 후보 중 하나다. 그만큼 좋은 구위와 가치 높은 구종을 보유하고 있는 특급 좌완. 최고 좌완 불펜을 향한 길.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겁 없이 덤벼들던 신인 시절과 또 다르다. 100경기 넘게 1군 마운드를 경험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벽 같은 암담함을 느낄 시기다.

이승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아팠던 시간까지 겹치면서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2년차 슬럼프 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18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

산전수전 다 겪은 21년 차 대선배 우규민(38)이 멘토 역할을 했다.

"작년에 제가 꽉 막혔을 때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우규민 선배님께 여쭤봤어요."

무려 16년 나이 차의 두 선수. 과연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이승현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재구성.

18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이승현. 고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이승현 : 선배님, 야구가 너무 어려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규민 : 그래? 너는 야구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이승현 : 음..(긁적) 저는 야구가 공을 주고 받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우규민 : 아니, 아니야. 야구는 말이지, 'ㅇ의 야, ㄱ의 구'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단순하게 접근해야 해.

무심한듯 툭 던진 한마디. 3년 차 특급 좌완의 복잡한 생각을 많이 줄여줬다.

"이 말씀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생각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포수 사인 보고 바로 바로 던지려고 합니다."

12일 대구 SSG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우규민.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우규민은 성장중인 후배들에게 무슨 충고를 해주고 싶을까. 그 역시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모든 후배들이 각자 열심히 연구하더라고요. 저 어렸을 때도 스스로 연구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본인이 해야 한다', '기술적 얘기보다 본인이 잘 찾아서 해결하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도 안되면 승환 형이나 나한테 물어보라고 하죠."

단 하나, 삼성의 미래인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후배들이 열정도 있는데 너무 착해요. 마운드 위에서는 안 착해도 된다 얘기해주는데, 아직은 싸움닭 기질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성장이 더딘 것 같기도 하고요. 맞고 내려왔는데 트랙맨 같은 수치나 지표에 얽매이는 것이 안타까워요. 회전수니 릴리스 포인트니 해도 사실 야구라는 게 1이닝에 쓰리아웃만 잡으면 나이스 피칭이잖아요. 박살 났는데 지표가 좋다고 만족해 하는 경우도 있어요. 투수라면 무실점 하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데 지표에 얽매이는 건 안타깝죠."

이승현에게 넌지시 던진 "단순해지라"는 말도 바로 이런 점이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야구의 보다 본질적인 면에 집중하는 마운드 위 파이터가 되기를 선배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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