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매도세 임박했다는 4가지 신호…긴축 중단도 소용없다?
미국 S&P500지수가 슬금슬금 오르며 지난 2월2일 기록한 올들어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전문가들은 증시 급락이 머지않았다며 매도를 권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BTIG의 수석 기술적 전략가인 조나단 크린스키는 증시 매도 신호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신호는 S&P500지수와 미국 대형주 3000개로 구성된 러셀3000지수 모두 지난 2월2일에 기록한 올들어 사상최고치 부근으로 올랐지만 시장 랠리의 폭(breadth)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P500지수와 러셀3000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대형주의 상승이 시장 나머지 부분의 약세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크린스키에 따르면 러셀3000지수는 지난 14일 전체 편입 종목의 45%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다.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2일 당시에는 러셀3000지수 편입 종목의 70%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된다.
크린스키는 올들어 랠리를 주도했던 나스닥지수가 주춤하면서 다른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이 부진한 증시 상승세의 폭은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는 증시 하락이 임박했다는 두번째 신호일 수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2주일간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12월30일까지 2주일간 이후 최대폭으로 나스닥지수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크린스키는 이에 대해 증시 랠리를 주도해왔던 대형 기술주의 랠리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기술주가 포함된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ETF(IGV)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셀렉트 섹터 SPDR ETF(XLC), 재량 소비재 셀렉트 섹터 SPDR ETF(XLY)가 증시에서 치명적으로 중요한 기술 섹터에서 약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수익률이 부진했던 지방은행주, 소형주, 소매 유통주는 여전히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크린스키는 이를 종합해 "시장의 약한 부분은 약한 채로 남아 있고 강했던 부분은 취약해 보인다"고 정리했다.
이에 더해 기술주가 절대적인 기준에서나 상대적인 기준에서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부진해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크린스키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지난해 1월4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상태에 너무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로 증시가 조만간 매도세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VIX가 급등하면 증시는 반등하고 급락하면 증시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증시에 하락이 임박했다는 세번째 신호다.
넷째 신호는 미국 달러가 최근 며칠간 강세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크린스키는 달러가 지난 2월 저점에서 반등한데 대해 달러가 상승 쪽으로 기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는 달러 강세가 시장에 부담이 됐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증시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요인들이 지난해 10월 저점 때와 반대 상황을 낳을 수 있다고 봤다. S&P500지수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된 지난해 10월에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 반면 지난주 C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된 지금은 증시 랠리가 고점을 찍고 꺾일 수 있다는 예상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1982년 이후 6번에 걸친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사이클을 조사한 결과 연방기금 금리가 고점을 친 뒤 12개월 후 S&P500지수는 평균 19% 상승했다고 밝혔다.
1982년 이후 연준의 긴축이 중단된 6번의 사례에서 12개월 후 증시가 상승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뿐이었다.
문제는 이번에도 연준의 긴축이 끝난 뒤 증시가 별다른 상승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부진하고 증시 밸류에이션은 높기 때문이다.
S&P500 기업들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020년 2분기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을 것으로 전망되고 올 2분기에도 순이익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경기 침체가 없는 상태에서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금리 인상이 끝난 후 경기 침체가 없었을 때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평균 9% 성장했던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극히 부진한 것이다.
반면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로 지난 40년간의 밸류에이션을 백분위로 나눴을 때 19번째로 높은 것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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