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감독이 30살 어린 제자와 부모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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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과 박준영 부모님께 사과하고 싶다."
K리그2 박충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소속팀 수비수인 박준영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박충균 감독은 굳이 박준영에게 공개 사과를 하는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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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박준영과 박준영 부모님께 사과하고 싶다."
놀랍다. 지도자가 자신의 팀 소속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것도 질문이 없었음에도 굳이 사과를 자청한 것이었다. 30살이나 어린 제자를 향한 사과였다.
K리그2 박충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소속팀 수비수인 박준영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이랜드는 18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8라운드 부천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도 경기지만 박충균 감독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5일 열린 충남 아산전에서 0-2로 진 경기에서 박충균 감독은 U-22 선수인 박준영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전반 33분만에 또 따른 22세 이하 선수인 변경준으로 교체했다. 사실 박 감독은 경기전 변경준을 선발로 적어냈다가 막판에 박준영으로 선발 라인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충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U-22 기용에 고민이 많았다. 변경준이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 박준영을 내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해 '잘못됐다'고 얘기한 것이었는데 언론에는 '박준영을 쓴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읽힐 소지가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박준영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경기를 다 잘할 수 없다. 오랜만에 출전하다보니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 본인의 실수를 잘 만회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코멘트도 하다보니 박준영을 탓하는듯한 뉘앙스로 읽힐 수 있었고 그렇게 오해가 됐다.
박충균 감독은 자신이 어린 선수를 탓하는듯한 기사가 나가자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천과의 경기전에도 취재진에 따로 박준영에 대해 언급하며 "솔직히 잠을 못자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준영에 대해 그런식으로 말한게 아닌데 기사가 나가 곤란했다. 박준영과 따로 미팅도 했다. 자세한건 경기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일을 잊은 취재진은 부천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와 관련된 질문만 했고 그렇게 기자회견이 끝나려했다. 그러자 박 감독은 "제가 경기전에 얘기 드렸던 것과 관련해서 말씀드려도 될까요?"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제가 경기에 집중해야하는데 박준영 기자회견이 의도와는 다르게 나가 고민이 많았다. 솔직히 많이 신경 쓰였다. 선수탓을 하고 싶지 않다. 22세 기용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 것이었는데 마치 제가 22세 선수를 잘 못써서 졌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가서 박준영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고 저 역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26살된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도 어려보이는데 20살된 박준영은 얼마나 더 어린가. 박준영의 부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셨을까. 박준영과 박준영의 부모님께 사과하고 싶다. 제가 조금 더 감독으로 내공이 쌓여야 한다. 내공이 쌓이면 팀성적도 올라가리라 보고 박준영 역시 어린 선수지만 이런 넘겨야할 시련을 잘 이겨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오해되는 기자회견 기사가 나가게 한 것에 감독이 30살 어린 선수와 그 부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셈이다. 박충균 감독은 한국 대표팀 코치는 물론 전북 현대 왕조 시절 최강희 감독을 보좌한 수석코치 출신으로 올시즌 처음으로 K리그 감독직을 시작한 지도자다.
사실 자신의 팀 선수이기에 내부적으로만 얘기하고 끝내도 되고 감독이 선수탓을 하는 인터뷰는 종종 있기 마련이기에 큰 반발을 받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박충균 감독은 굳이 박준영에게 공개 사과를 하는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례적이지만 훈훈하고 메시지가 담긴 이번 공개사과는 K리그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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