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약 구하는데 '단 3분, 1알 9300원꼴'…의료용 마약도 버젓이
'마약음료'도 '메가 ADHD'로 현혹…"일반인 섭취 시 부작용"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콘서타, 커피, 글루콤, 포도당캔디 다 때려 넣음(먹음). 공부 한번 하는데 유난 엄청 떠는 듯", "콘서타에 커피를 섞어 먹으면 진짜 좋은 듯", "콘서타 이거 효과 좋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 검색창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명을 검색하니 이 같은 결과가 쏟아졌다. ADHD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이지만 게시물의 상당수는 '공부 집중을 위한 각성'을 기대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은 이런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겐 'ADHD 치료약'이 낯선 단어가 아니다. 용의자들이 강남의 교육열과 'ADHD 치료약'에 이미 익숙한 학생들의 특성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에는 이같은 약물 오남용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음성적으로 ADHD 치료약을 공급하는 이들은 졸피뎀이나 프로포폴까지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약물까지 손을 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이런 약물에 중독된 이들의 종착지가 바로 마약이라는 설명이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목동·노원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ADHD 치료약은 오래 전부터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했다.
서울 강남 지역 한 고등학교의 김모 교사는 "일부 학부모가 ADHD 진단을 받지 않았는데도 여러 수단을 동원해 치료약을 처방받고 아이에게 먹인다는 얘기는 10여년 전부터도 들리던 얘기였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최모씨(23)도 "주변 학원에서 ADHD 약에 대한 얘기는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며 "성인이 돼서도 시험공부 등을 할 때 집중력을 높이겠다며 약을 찾는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ADHD 치료제를 가장 많이 처방받은 지역은 강남 3구였다. 강남(2004명) 송파(1971명) 서초(1333명) 노원(1108명) 등 순으로 처방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교육열이 높은 동네가 모두 상위 네 손가락 안에 들었다.
◇ "콘서타 구입 가능한가요" 연락 1분 만에…"몇 미리짜리로 필요하세요?"
"몇 미리(㎎)짜리로 필요하세요?" "54미리(㎎) 30정 28만(원)이에요"
병원 진단 후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이지만 불법 우회 경로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콘서타 구입'만 입력해도 판매자의 문의·상담 카카오톡·텔레그램 아이디를 안내하는 게시물은 3~4페이지에 걸쳐 쏟아졌다.
대개 게시물에서는 콘서타 뿐 아니라 졸피뎀, 프로포폴 등 다른 약물 거래가 가능하다는 안내도 함께 적혀있었다.
기자가 구매자로 가장해 광고글 속 카카오톡 아이디로 "콘서타 구입 가능한가요"이라고 보내자 1분이 지나지 않아 "몇 미리(㎎)짜리로 필요하세요?"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콘서타 30정 구입비용으로 안내 받은 가격은 28만원. 1알에 9300원꼴이었다. 배송에 대해 묻자 "결제 후 주문 확인되면 바로 (발송) 해드려요"라는 말을 남겼다. 배송에 대한 안내까지 묻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 공부 잘 된다고?…"일반인이 먹으면 식욕저하부터 환각·망상 부작용"
'콘서타', '페니드', '메디키넷' 등 ADHD 치료약은 의료용 마약류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향정신성 약품이다. ADHD 환자가 복용하면 뇌의 도파민 농도가 올라가 집중력과 자제력 등을 관여하는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이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식욕 저하부터 심하게는 환각, 망상, 자살시도 등의 중증 정신질환도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인이 약을 먹으면 본인은 각성이 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모르지만 오히려 주의가 산만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향정신성이기 때문에 치료약을 남용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약물 오·남용에 노출된 중·고등학생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사다. 지난 13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은 대한약사회와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발전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 문제로 인해 시시각각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부 잘하는 약, 살 빼는 약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의약품 안전사용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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