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다녀오세요”…하루 5명씩, 일하다 죽었다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1]

이호준 기자 2023. 4.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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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해마다 2천105명 사망…경기도 사망자 수 서울의 2배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이의 배웅을 받으며 일터로 향한 아빠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다녀올게’ 짧은 말 한마디는 지키지 못한 약속이자,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만다. 매일 근로자 5명은 일터에서 생을 마감한 다. 우리는 이들을 ‘사망 근로자’라 부른다. 조주현기자

 

근로자의 날 50주년 특별 기획 - 2023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

인생은 길다던데 왜 그들의 인생은 벌써 끝났을까요. 단지 일을 했을 뿐인데 올 여름의 바닷바람이, 올 가을의 단풍놀이가 한낱 꿈에 그치다니.

다가오는 5월1일은 근로자의 날 제정 50주년입니다. 세상 모든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연대 의식을 높이기 위한 과거의 ‘노동절’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1973년 법정기념일로 제정·공포됐습니다. 이후 1994년 기념일자가 3월10일에서 5월1일로 바뀌어 현재의 ‘근로자의 날’로 자리했습니다.

지난 반 백년의 세월 동안 근로조건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흡함도 있습니다. 일터에서 예상치 못하게 삶을 내려놓은 이들, 첫 동료는 있었어도 마지막 길동무는 없었던 이들의 고요한 삶을 경기일보 K-ECO팀이 따라갑니다.

근로자들이 어떤 근무 환경에 놓여 있는지, 내일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경기일보가 경기지역 언론 최초로 경기도 근로자 재해 실태를 집중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별 안전 예방 대책을 유도하고 제시하겠습니다.


1. “안녕히 다녀오세요”…하루 5명씩, 일하다 죽었다

우연한 사고와, 원치 않는 질병으로 매일매일 우리나라 근로자 5명이 생을 마감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평균적으로 해마다 2천105명이 그렇게 죽어왔다. 사회는 이들을 ‘사망 근로자’라 부른다.

■ 경기도 사망 근로자 ‘500명대’ 진입…전국 22.4%

경기일보 K-ECO팀이 지난 한 달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각종 데이터들을 통해 사망 근로자 현황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매년 전국 사망 근로자(업무상 사고 및 질병 모두 포함)의 20%가량은 경기권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근로자 수가 비슷한 서울권과 비교해도 압도적 1등인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 수는 2018년 399명에서 2019년 423명으로 늘더니 2020년 418명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당시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근로 환경이 크게 바뀌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 또한 높아진 영향 등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듬해(2021년) 경기도 사망 근로자 수는 482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지난해(2022년·500명) 결국 전국 최초로 ‘500명대’에 진입하게 됐다. 전국 사망자(2천223명) 중 22.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사망 근로자가 81명(2018년 2천142명→2022년 2천223명) 늘었는데, 경기도에서는 유독 101명(399명→500명)이나 늘어났다.

즉 다른 지역의 사망 근로자 수는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인 데 반해 경기도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단 인천만 봐도 사망 근로자 수는 2020·2021년 각각 92명에서 2022년 89명으로 떨어졌다.

■ 근로자 수 비슷한 서울과도 2배差…상당수 ‘남성 사망자’

인구가 많은 만큼 근로자 수가 많고, 사망 근로자 수 역시 많은 걸까?

전국에서 인구 수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서울시(942만명)와 경기도(1천360만명)를 비교해봤다. 두 지역의 근로자 수 역시 400만명대로 전국 1~2위권이다. 최근 5년간 자료를 토대로 연간 근로자 수를 계산했을 때 서울에는 451만여명의, 경기도에는 469만여명의 근로자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사망 근로자는 2018년 216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증가한 반면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는 2018년 399명에서 2022년 500명으로 늘었다. 근로자 수의 차이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단순하게 사망자 수만 대조해도 경기도 사망자가 1.8배나 많은 셈이다.

아울러 성별로 구분하더라도, 남성이건 여성이건 경기도의 사망 근로자 수가 부동의 1위였다.

단, 이때 특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여성 사망 근로자 수’에서 서울시와 경기도가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서울에선 24명, 경기도에선 28명의 여성 사망 근로자가 나왔다.

경기도의 사망 근로자가 서울보다 2배가량 많은 상태에서 여성 사망자 수가 비슷하다는 건, 경기도에서 사고 또는 질병으로 죽는 근로자 대부분이 ‘남성’임을 의미한다.

이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에 몸 담고 있는 근로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경기도의 산업 생태계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병)은 “경기도내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타 지자체에 비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경기지역 사업장의 산업 안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더 많은 관심과 조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경기도내 사업장 현황’ 자료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8~2021년 ‘산업재해통계’ 자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출 받은 ‘2022년 산업재해현황 데이터(사망자)’ 자료를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기사상의 지역 구분은 행정구역별이 아닌 지방고용관서(고용노동부 지청)별 구분임을 밝힙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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