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제조업자·건설업자 사망 ‘전국 1위’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2]
근로자의 날 50주년 특별 기획 - 2023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
#1. 지난해 6월 양주시의 한 제조업 현장. 지하수 유량계를 확인하기 위해 3m 깊이의 맨홀로 진입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작업자들은 검침에 들어가기 전 환기팬을 활용한 강제환기를 진행하고, 복합가스측정기 등 장비를 통해 가스농도측정을 선(先)실시 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맨홀 덮개를 개방한 후 5분간의 자연환기만 이뤄졌고, 가스농도측정은 아예 실시되지 않았다. 결국 산소 결핍 및 가스 중독으로 쓰러진 작업자 A씨(54)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2. 광주시의 한 단독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난 1월 60세 작업자 B씨가 사망했다. B씨는 L형 옹벽 하부에서 8m 높이 기초터파기 공사의 마무리 상태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붕괴된 굴착 사면에 매몰됐다. 본래 토사~풍화암 지반을 굴착할 경우 굴착면 기울기는 1:1 이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이날 실제 현장에선 1:03 정도로 가파른 굴착이 이뤄져 안정성이 담보 되진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3. 지난해 겨울, 인천의 한 터미널. 자동차 운송업에 종사하던 작업자 C씨(58)는 오전 10시 -8.4℃의 날씨에서 다른 화물차 운전사가 싣고 온 물건을 하차하고 적재함의 문을 닫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날 밤 11시부터 내린 폭설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것. 당시 현장에 제설작업이 2차례 이뤄져 눈이 가득 쌓이진 않았지만 블랙아이스에 변을 당했다.
2. 경기도 제조업자·건설업자 사망 ‘전국 1위’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 10명 중 6명은 제조업 또는 건설업 종사자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에선 ‘질병 사망자’가, 건설업에선 ‘사고 사망자’가 많았다.
■ 모든 업종서 사망 근로자 우수수…2위 지역과도 ‘2.5배 多’
경기일보 K-ECO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경기지역 업종별 사망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경기도에선 총 2천222명의 사망 근로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8%인 1천464명이 제조업(692명)과 건설업(772명) 종사자였다.
그 뒤로 ▲기타의 사업(519명) ▲운수·창고·통신업(172명) ▲광업(40명) ▲농·임·어업(19명) ▲금융 및 보험업(4명)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4명) 등 모든 업종에서 사망 근로자가 잇따라 나왔다. 이때 ‘기타의 사업’이란 도소매·음식·숙박업, 부동산업 및 임대업, 전문·보건·교육·여가 관련 서비스업, 주한미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등을 포함하는 항목을 말한다.
경기지역의 사망 근로자 수는 전국에서도 1위인 수준이지만 업종을 제조업과 건설업에 한정하면 더욱 ‘압도적’으로 최다치인 수준이다.
지난 한 해만 기준으로 봐도, 제조업의 경우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153명)는 2위인 경상남도(57명)보다 2.6배 많았다. 건설업 역시 마찬가지로 2위인 서울(62명)보다 경기도의 사망 근로자(156명)가 2.5배 이상 많았다.
■ ‘질병’은 제조업, ‘사고’는 건설업에서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의 주요 사망 요인을 ‘질병’과 ‘사고’로 나눠보면 양상은 조금 다르다.
최근 5년간 도내 질병 사망자는 총 1천60명으로, 대부분이 ‘제조업’(438명·41.3%)에서 발생했다. ‘기타의 사업’에서도 330명(31.1%)의 질병 사망자가 나와 적지 않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도내 사고 사망자는 총 1천162명으로, 절반 이상(618명·53.1%)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제조업’(254명·21.8%)과 ‘기타의 사업’(189명·16.2%)의 사고 사망자를 더해도 건설업에 미치지 못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의 ‘국내재해사례’ 자료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전국 업종별 사망재해 현황’ 및 ‘경기지역 업종별 사망재해 현황’ 자료를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기사상의 지역 구분은 행정구역별이 아닌 지방고용관서(고용노동부 지청)별 구분임을 밝힙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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