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유튜브와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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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59명이 뭐꼬?" "당장 때려치아뿌라." 친구들의 말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지 8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다.
근데 친구들의 구박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목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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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어색해도, 편집 거칠어도
행복감 주는 것들 나누고싶어
살아가는 모습 솔직히 담아내
혼자서 ‘감탄’…지인들과 ‘공감’
“구독자 59명이 뭐꼬?” “당장 때려치아뿌라.” 친구들의 말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지 8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다. 근데 친구들의 구박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목매지 않기 때문이다. 돈벌이를 하거나 정치적 신념을 알리는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 멋진 공간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유튜버가 된다. 선한 감정을 주는 것, 행복감을 주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다.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폐해를 말하기도 한다. 쓸데없는 영상이 많고, 거짓 정보도 꽤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신념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또 모든 영상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어서 국내의 영상산업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도 한다. 반대로 삶에 필요한 정보가 많고, 취향저격 영상도 넘쳐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이 된다고도 한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튜브 이용자수는 전체 인구의 81%에 이르고, 월평균 33시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시간 이상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월 이용시간은 이용률이 높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보다 훨씬 긴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다. 여행·스포츠 등 취미에 맞는 영상을 골라 보는 재미도 있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면 영상으로 쉽게 알 수 있어 참 편리하다. 또 직접 경험한 좋은 것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다.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스스로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특별한 유익이다. 일종의 영상일기처럼 말이다. 언제든 꺼내 보면 그 순간이 되새김된다. 그 순간의 행복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순간이 영원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늘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 발견하면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연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는다. 촬영할 때 뭔가를 잘 찍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가장 편한 상태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찍는다. 잘해보려고, 멋진 영상을 얻으려고 쥐어짜지 않는다. 이렇게 해보니 마음이 편하고 기분도 좋다. 촬영물의 완성도보다는 촬영 대상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더 느낄 수 있다.
편집과 자막 넣기도 쉽다. 누구처럼 ‘프리미어’다 ‘파이널컷’이다 하는 전문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간단히 쓸 수 있는 편집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다. 참 쉽고 간단하다. 부담 없이 빠른 시간에 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
촬영이 좀 어색해도, 편집이 좀 거칠어도 괜찮다. 그래도 주변의 지인들이 꽤 많이 봐준다. 영상에서 내가 느낀 선한 기운을 같이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주제도 거창하지 않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찍는다.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다. 이게 공감 포인트 같다. 모든 것을 열어놓을 때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뭔가를 찾아 촬영을 해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촬영할 대상을 찾을 때 한번 감탄하고, 편집할 때 또 감탄하고, 완성하고 나서도 감탄한다. 며칠이 지나고 난 뒤 다시 보면서 또 감탄한다. 이렇게 감탄의 연속이다. 감탄의 삶을 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삶이 쫀득쫀득해진다.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한번 시작해보자. 유튜브가 아니어도 좋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열자. 찍고 올려보자. 그래서 삶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어보자. 예쁜 길고양이가 빤히 쳐다본다. 엔도르핀이 막 돈다. 스마트폰을 또 만지작거린다.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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