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4·19, 시(詩)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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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고등학생 김주열의 죽음으로 촉발돼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
1989년 연구자 박성호는 350명 가까운 시민을 대상으로 4·19 의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분석한 연구문을 냈다.
'저 이름 없는 / 풀포기 아래 / 돌멩이 밑에 / 잠 못 이루며 / 흐느끼는 / 귀뚜라미의 울음' 1934년 철원에서 태어난 민영 시인의 시 '귀뚜라미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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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고등학생 김주열의 죽음으로 촉발돼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 부패하고 무능한 독재정권과 빌붙어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기득권층으로부터 파생된 비리적 요소를 척결하고자 분연히 일어선 민주혁명 63주년 기념일이다. 1989년 연구자 박성호는 350명 가까운 시민을 대상으로 4·19 의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분석한 연구문을 냈다. 발생 배경에 대해 8%만 부정선거로 인한 순간적인 반발심으로 여길 뿐 90%에 육박하는 대다수는 이승만 정권의 실정을 지목했다. 실정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민중을 전적으로 무시하는데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작태로 인해 ‘정치적 무질서’가 횡행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4·19가 지금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정부에서는 국립묘지를 조성했으며 매년 기념식을 갖고 영령을 기린다. 학계에서는 심포지엄을 열고 새 논문을 발표하며 규명에 나서고, 시인과 소설가들은 작품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저 이름 없는 / 풀포기 아래 / 돌멩이 밑에 / 잠 못 이루며 / 흐느끼는 / 귀뚜라미의 울음’ 1934년 철원에서 태어난 민영 시인의 시 ‘귀뚜라미 울음’이다. 이 귀뚜라미 울음은 당연히 알고있는 가을이 아니라 4월에 들린다.
그 울음을 또 다르게 표현한 시가 있다. ‘4월이라도 바람은 그냥 차고 / 살구꽃이 피어도 흐느낌은 더 높은데 / 축축한 바람은 꽃가지에 와 매달려 / 친구들의 울음처럼 잉잉댔다’ 신경림 시인의 ‘4월 19일, 시골에 와서’이다. 남한강 상류 외진 읍내에 와서 통금이 없는 빈 거리를 헤매다 어느새 잊어버린 그날의 함성을 생각했고 울음을 들었음을 시인은 알아차렸다. 최하림의 시 ‘1976년 4월 20일’은 기념비들만 수척하게 서 있는 공원, 형제들 그림자도 없는 어둠 속에서 ‘어둠을 닦으며 비문을 읽는’행위를 했다. 시인은 작품 마지막에 ‘어둠에 떠는 어둠의 소리를 읽는다’라고 썼다. 4·19를 제재로 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울림이 있지는 않다. 유명세로 국립묘지에 설치된 어떤 문인 작품은 너무 상투적이고 의례적이어서 피곤하다.
엊그제(4월17일) 춘천민예총 문학협회에서 춘천시 효자1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전시된 시화 작품이 일방적으로 철거된 것에 항의한 일이 있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 퐁파드르 후작부인은 베갯머리파였네’로 시작하는 정지민 시인의 시 ‘후작부인’이다. 시의 본령이 ‘망각’이 아니라 ‘기억’에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시를 읽든 말든,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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