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두산 화산 2025년 폭발? 마그마 안정돼 가능성 희박” 기상청 첫 공식입장
백두산이 오는 2025년 대폭발한다는 이른바 ‘백두산 분화 100년 주기설(說)’에 대해 기상청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첫 공식 입장을 18일 내놨다. 온라인 등에서 백두산 폭발을 둘러싼 괴담성 주장이 난무하자 기상청이 화산 활동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이다.
기상청은 이날 “백두산에 대해 2018년부터 5년간 확보한 관측 자료와 분화 전조 현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25년 대폭발설’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화산 활동은 자연 현상인데 100년에 한 번씩 터진다는 것 자체가 낭설”이라고 했다.
①잠잠하던 백두산, 2025년 터진다?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는 2018년부터 중국 활화산연구센터와 함께 광학 및 열적외선 위성 영상을 활용해 백두산 지표와 천지(天池)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화산 활동이 본격화하면 마그마가 솟구치기 때문에 백두산 주변 땅이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천지의 온도·면적·수위도 달라진다. 그런데 최근 백두산의 마그마 움직임은 오히려 안정됐다. 특정 연도에 특정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은 특정 날짜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진다고 몇 년 전에 예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진과 화산 폭발을 2~3년 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
②백두산은 100년에 한 번씩 터진다?
1925년 백두산이 폭발했다는 주장은 “백두산에서 화산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한 러시아 기록이 사실상 전부다. 공식 분화로 인정되지 않는다. 마지막 분화 기록은 1903년이다. 화산재 분석으로 증명됐다. 백두산은 지난 1100년 동안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분화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부 증명된 것도 아니고 ‘100년 주기’에 맞춰 폭발하지도 않았다.
③북한 핵실험이 백두산을 터뜨린다?
핵실험은 ‘인공 지진’을 동반한다. 북핵 실험이 ‘규모 7 이상’ 지진을 일으키면 백두산 화산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큰 지진이라도 마그마가 현재처럼 안정적이라면 분화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마그마가 매우 불안정할 때를 맞춰 규모 7 이상 인공 지진을 일으켜야 화산의 뇌관이 작동한다. 북핵 실험으로 발생한 지진은 2017년 수소탄을 터뜨렸을 때의 규모 5.7이 가장 컸다.
④백두산은 활화산, 언젠가는 폭발
백두산 땅 밑에는 2~4개의 ‘마그마 방(magma chamber)’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 있는 화산이다. 2003년 백두산 주변에서 균열, 산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나무와 뱀들이 원인 모르게 말라 죽었다는 중국 보도가 있었다. 2002~2007년 천지 주변이 10㎝ 이상 부풀어 올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활화산인 만큼 대규모 지각변동과 함께 언젠가는 폭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폭발하면 재앙이다. 피해는 폭발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반경 수십㎞ 이내는 화산재로 황폐화할 전망이다. 천지의 물은 쓰나미처럼 산 아래를 덮칠 것이다. 백두산에서 각각 110㎞와 250㎞ 떨어진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터전을 잃은 북한 주민들이 대규모 탈북을 감행할 수 있다. 백두산 인근에만 수백 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재앙 앞에서 주민 통제력을 잃을 것이다.
풍향과 기압 배치에 따라 화산재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농작물도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일본까지 날아갈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백두산 폭발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괴담성 주장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상청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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