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환부 만져보지도 않고 초진? 오진 위험 높인다”
의료계도 비(非)대면 진료 자체는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비대면 진료는 재진(再診)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특히 산업계가 요구하는 비대면 진료 초진(初診) 허용은 ‘오진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초진은 기존 질환이 아닌 새 질환에 대해 의사가 첫 진료를 하는 것을 뜻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는 시진, 듣는 청진, 환부를 만지는 촉진, 병력을 묻는 문진, 아픈 곳을 두드려 보는 타진 결과를 종합해 환자의 질환을 진단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시진과 문진 정도만 가능하고 청진·촉진·타진은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이어서 초진 땐 오진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우 소장은 “복통으로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의 경우 의사는 배를 만져(촉진) 아픈 부위를 특정하고, 그 부위에 청진기(청진)를 대서 장 운동이 활발한지 살펴 설사인지 맹장염 같은 다른 질환인지 가늠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코로나 때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했지만 심각한 의료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는 “정확한 오진 여부는 장기간 역학조사를 해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대한약사회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하면 환자가 어떤 질환으로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등에 대한 의료 정보가 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로 넘어가게 된다”며 “이 정보는 민간 보험사 등에서 눈독을 들이는 정보”라고 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약 배송 과정에서 약이 바뀔 가능성 등 여러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며 “언제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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