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명 이용… “비대면 진료 지키자” 6만명 릴레이 서명

임경업 기자 2023. 4. 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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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은 제외’ 법안에 스타트업 고사 위기

코로나 기간 1300만명 넘게 이용한 비대면 진료가 중단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으려는 서명운동에 나흘 만에 6만명 넘게 모였다.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난 14일 시작한 인터넷 서명운동에는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이승건 토스 대표 같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를 비롯해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이들이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대거 서명에 나서면서, 18일 오후 7시 기준 6만2558명에 이른다.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를 이용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받는 서비스이다. 2020년 코로나 초기 정부가 ‘심각’ 단계 감염병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 허용됐다. 현재 닥터나우·굿닥 등 30여 비대면 진료 업체가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정치권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초진 환자를 제외하고 재진으로만 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비대면 진료 99%를 초진이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서명에 참가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혁신 운송 수단을 만든 타다가 규제와 업계 반발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했지만, 다시는 ‘제2의 타다’가 나오게 둘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소아청소년과 대란 일등 공신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로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코로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8일 본지가 이용자 수 1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이용자 증상은 코로나가 74.7%로 1위를 차지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는 40.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3년간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1300만명이 넘는다.

코로나가 잦아들자 소아청소년과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소아청소년과(16.1%)는 올 1분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진료 과목 1위로 올라섰다. 한 이용자는 “워킹맘이라 시간을 쪼개 진료받으러 가기 쉽지 않고 동네 대형 소아과도 2시간은 대기해야 하는데 덕분에 진료를 잘 받았다”고 했다. 소아과도 없고 동네에 작은 보건소만 있는 섬마을에 사는 다른 이용자도 “배로 2시간이나 가야 하고 아이들도 멀미가 심해 한번 나갔다 오기 힘든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대란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쁜 직장인들은 일과 시간대에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간편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이용자들은 퇴근 후인 20시 이후에도 16% 넘는 이용률을 기록했고, 심야 시간인 0~7시에도 10% 이상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언제 서비스 종료할지 몰라 불안”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계속 유지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2020년 2월 코로나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돼 왔다. 하지만 국제보건기구(WHO)의 코로나 종식 선언이 이뤄지고, 정부가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로 낮추게 되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이전처럼 불법이 돼 사업을 종료해야 한다. 이 시점은 다음 달이 유력하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법적 근거가 사라져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위기에 당정은 시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언제 어떻게 시범 사업을 하는지도 전혀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나만의 닥터’ 선재원 대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큰 사고 없이 테스트가 끝났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규제를 한다면 한국의 비대면 진료는 시범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35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은 총 5건인데 그 가운데 4건이 재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비대면 진료의 핵심인데, 재진만 가능하다면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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