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금리' 속에 차주들 '후회'도 '기대'도
하락할까 상승할까? 헷갈리는 기준금리에 시장도 혼돈
최근 코픽스 인상으로 하락세 주춤한 변동금리에 차주들도 혼란
# 지난달 A씨(37)는 시중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8800만원을 받았다. 신규 전세 세입자를 구한 뒤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 줄 보증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편인 A씨의 기본 연 이자가 5%대였는데, 청약통장, 계좌이체 3건, 급여이체 통장 교체 등 수많은 조건을 다 충족해 겨우 4.95%의 이자를 맞췄다. A씨는 얼마 전 4월 급여일에 맞춰 처음으로 해당 주담대에 해당하는 40여만원의 이자가 나간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모자라 받은 대출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한 달만 더 늦게 받았어도 이자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 올해 주택을 구매할 시기를 보고 있는 직장인 B(36)씨는 한 인터넷 은행 심사 결과 5년 고정금리 3.7%에 4억8천만원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B씨는 조금 더 기다려볼 참이다.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변동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일단 이자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현재도 3%대로 지난해와 비교했을때 상당히 떨어졌다. 당분간 추이를 볼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가 다시 오르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비 하락한 대출금리에 기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울상이다. 반면 시장금리 하락 속에서 최근 코픽스 인상으로 하락세가 주춤하자 대출을 받을 예정인 신규 차주들의 표정 역시 복잡하다. 향후 기준금리 동결 여부와 당국의 정책에 차주들의 눈길이 쏠리는 모습이다.
코픽스로 소폭 오른 변동형 주담대 금리…고정형 하단은 3%대로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 금리 하단은 연 3%대로 내려오면서 긴축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다만 변동금리는 4%대에서 저항을 받으며 박스권에 갇혔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소폭 상승하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6%로 2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변동형 금리(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를 4.18~5.58%에서 4.21~5.61%로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주담대 변동형 금리를 4.45~5.65%에서 4.48~5.68%로 0.03% 포인트 올렸다. 농협은행은 코픽스 상승에도 불구, 자체 가산금리 인하를 통해 이날부터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4.21~5.52%로 오히려 0.01% 포인트 인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대에서 당분간 주춤하는 모양새"라면서 "다만 단기 코픽스 하락 등으로 향후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3월 코픽스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지난달 미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채권금리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등 영향으로 소폭 올랐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시장금리에도 대출금리 인하 기대가 점차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5년 고정금리인 주담대 혼합형 금리 하단은 이미 연 3%대로 내려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하단이 3% 중반까지 내려왔다. 지난 연말 하단이 4% 중 후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대출받은 차주들은 한숨…신규 차주들 눈치보기
이같은 '혼돈' 속에 신규 주담대를 받으려는 예비 차주들은 눈치보기에 나섰다. 하락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추이를 신중하게 살피는 모양새다.
B씨는 "기준금리 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언제 대출을 받아야 더 유리할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의 긴축정책도 속도조절 조짐이 보이면서 기대에 힘이 실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800조8천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천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긴축이 끝났다는 시장의 예상에 대해 한미 정부 모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경로가 우리가 예상하는 바가 아니면 다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위원이 5명인데 지금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시장의 기대가 커지자 지난달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혼돈 속에 차주들은 언제 얼마나 대출을 받을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A씨처럼 금리 인하기 이전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시중금리 하락세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울상이다.
기존 대출자의 경우 가산금리 조정이 적용되지 않고 코픽스 등 시장금리 반영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변동금리의 경우 6개월마다 변동된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최근에 금리가 변동된 이들은 향후 6개월동안 6~8%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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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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