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5.5cm 침하”… 탄천 다리 4곳 보행로, 철거후 재시공

성남=이경진 기자 2023. 4.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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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교가 무너진 게 2주 가까이 됐는데 보행로 통제도 안 하다가 갑자기 안전 최하위 등급이라니요.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네요." 18일 탄천 일대를 산책하던 김모 씨(77)는 궁내교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자교 사고 뒤에도 탄천을 건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궁내교 등을 건널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특히 탄천변을 산책할 때 위의 다리들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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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정자교 붕괴뒤 18곳 정밀진단
불정-수내-금곡교 ‘불량’ 등급… 보행로 통제 안한 궁내교도 ‘미흡’
“2년전 정밀점검 부실 의심” 지적, 나머지 14곳 추가진단… 21일 발표
6일 보행로 침하로 난간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수내교의 모습.
“정자교가 무너진 게 2주 가까이 됐는데 보행로 통제도 안 하다가 갑자기 안전 최하위 등급이라니요.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네요.”

18일 탄천 일대를 산책하던 김모 씨(77)는 궁내교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자교 사고 뒤에도 탄천을 건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궁내교 등을 건널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특히 탄천변을 산책할 때 위의 다리들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는 탄천을 지나는 불정·수내·금곡·궁내교 등 4개 교량의 보행로를 철거 및 재시공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정자교 보행로 붕괴 후 진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불량(E)’ 또는 ‘미흡(D)’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중 불정교의 경우는 최대 25.5cm나 침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 교량들에 대한 보행로 통행을 즉시 통제하고 1개 차로로 걸어 다닐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침하 교량 4곳 보행로, 철거 후 재시공

신상진 성남시장은 18일 오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궁내·수내·금곡·불정교의 경우 보강만으로는 시민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6∼12일 탄천에 설치된 24개 교량 중 정자교와 같은 캔틸레버 건축 방식(교량 보행로 아래 따로 지지대가 없고 차도와 붙어 지지되는 방식)으로 지어진 18개 교량을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불정·수내·금곡교는 보행로에서 각각 최대 25.5cm, 19.2cm, 22.0cm의 침하 상태가 확인돼 ‘불량(E)’ 등급을 받았다. 궁내교의 보행로는 최대 16㎜ 침하돼 ‘미흡(D)’ 등급이었다. 보행로 재시공이 결정된 수내·금곡·궁내교는 정자교와 같은 1993년 준공됐다. 불정교는 1994년 지어졌다. 이들 4개 다리는 정자교와 같이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한국토지개발공사가 발주했고, 1995년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삼우기술단이 설계했다.

성남시는 4개 다리 보행로 재시공에 총 1년 6개월 동안 예산 402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민 편의를 위해 임시 보행자 다리를 따로 만들지도 검토 중이다.

● 2년 만에 바뀐 등급, 부실 점검 논란도

시는 재시공이 결정된 4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21일 발표한다.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공사 진행 또는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 비파괴검사, 아스콘 제거 후 철근 상태 실측 등의 점검 항목을 추가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4개 다리에 대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이 내려진 것을 두고 기존 점검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 정밀점검에서 수내·금곡·궁내교는 ‘보통(C)’ 등급을, 불정교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당시 점검은 차도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2년 만에 ‘보통’ 등급의 교량이 ‘미흡’ 또는 ‘불량’ 등급을 받은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검사 때 단순 외관 검사 외에 정밀진단검사 매뉴얼에 따라 콘크리트 시추 등 내부 점검이 철저히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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