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대면서 우는 아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실패하면 이번에는 좀 더 강한 자극으로 누르려고 한다. 눈을 크게 뜨고 인상을 쓰면서 침을 들이마시며 “어허! 쓰읍! 너 혼나!”라고 한다. 겁을 주어 빨리 멈추게 하려는 것이다. 후자가 통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감정을 빨리 멈추게 하는 것은 명백한 공격이다. 옳은 방법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밖에서 아이가 떼를 쓰면 부모는 다른 사람이 받게 될 피해를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타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 남들이 쳐다봐도 뻔뻔하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아이가 울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시끄러울까 봐 “쓰읍!” 하고 겁을 주어 멈추게 할 것이 아니라, 부적절하게 우는 것을 내가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은 모두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그 순간에는 그 어떤 것보다도 ‘아이를 어떻게 잘 지도할까?’ ‘아이가 무엇이 불편한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가 징징거리면서 울 때, 빨리 멈추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아이에게 교육적이라면 그 감정을 겪게 두어야 한다. 아이에게 “그래, 울어라. 울어라. 더 오래 울어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겪고 느끼게 해 주라는 것이다. 스스로 진정돼 멈출 때까지 지켜보라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스마트폰을 하거나 다른 것을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에게 몰두하지 않고 한눈팔고 있다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 뿐만 아니라 무척 싫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하는 말을 들을 리 없다. 지켜봐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정은 스스로 정점을 찍고 스스로 내려와야 조절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설득하고 겁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넘어져 너무 아파서 운다면 달래줘야 한다. 그러나 부적절하게 떼를 쓰고 울 때는 스스로 진정할 수 있도록 부모가 가만히 지켜봐 줘야 한다.
울면서 떼쓰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봐 주면, 아이는 주위가 조용해지면 울음을 그치고 주변을 살펴본다. 말도 한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그러면 그때 얘기해준다. “너 울음 그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너랑 얘기해야 하는데 울면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러면 어떤 아이는 “하세요”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아앙∼” 하면서 다시 울기도 한다. 그러면 또 “네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게” 하고 기다려야 한다. 부모들은 이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우는 아이 옆에서 끊임없이 “그만하라고 했지?” “쓰으읍! 너 혼난다!”라고 한다. 아이는 감정을 참고 견디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
아이가 그 과정을 공격받지 않고 스스로 견뎌야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생긴다. 스스로 겪어야 감정이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부모가 너무 일찍 개입해 버리면 아이는 그 감정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단계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부적절하게 우는 아이는 다른 누군가가 달래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래게 해야 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 스스로가 자신을 달래 가는 것을 지켜봐 주어야 한다.
어떤 부모는 답답하다는 듯이 묻는다. “저희 아이는 그렇게 지켜만 보면 아마 3박 4일도 안 그칠걸요.” 나의 33년 임상 경험상 며칠씩 우는 아이는 없다. 큰 장애나 질병이 없는 한, 절대로 오래 안 운다. 그렇게는 아이도 힘들어서 못 운다. 내버려 두고 지켜봐 주면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 다만 그것을 부모가 못 견딜 뿐이다. 중간에 자꾸 자극을 줘서 울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단언컨대, 한 가지 문제로 며칠씩 우는 아이는 없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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