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35] 인천 소래포구 주꾸미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소래포구 어민들은 분주해진다. 알이 꽉 찬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이 어시장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절기에 때를 맞춰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다. 여수나 고흥에서는 3월이면 찾기 시작해, 서천 마량을 거쳐 4월 중순이 넘어가면 인천 주꾸미가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소래포구의 주꾸미는 활주꾸미, 죽은 주꾸미, 냉동주꾸미 등이 있다. 활주꾸미도 국내산과 중국산이 표기되어 판매되고, 냉동주꾸미는 태국산이나 베트남산이 많다.
소래포구는 물때에 맞춰 매일매일 안강망 그물을 털어 오기 때문에 물이 좋다. 시장 밖 선창에는 배 이름을 걸어두고 웅어, 서대, 가자미, 간자미, 넙치, 낙지, 숭어, 꽃게까지 다양한 활어나 선어를 판매한다. 봄철에는 아무리 좋은 활어가 있어도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녀석은 주꾸미다. 막 건져온 먹물을 뒤집어쓴 주꾸미가 인기다. 매장 안에는 중국산과 국산 등 생산지를 적어두고 판매하는 곳도 있다. 허옇게 죽은 주꾸미를 모아두고 싼값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 녀석들은 냉동주꾸미일 확률이 크다. 볶음용이나 라면을 끓일 때 넣을 것이라면 냉동주꾸미도 나쁘지 않다. 다만 회는 물론 숙회로 먹을 것이라면 활주꾸미를 구하는 것이 좋다.
인천에서 활주꾸미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소래포구 외에 연안부두, 북성포구, 화수부두가 있다. 연안부두나 소래포구는 안강망으로 주꾸미를 잡기 때문에 배가 들어오는 때에 맞춰 나가면 싱싱한 주꾸미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피뿔고둥 껍데기를 엮은 ‘소라방’으로 잡은 주꾸미를 원한다면 발품을 팔아 시흥 월곶포구로 가면 좋다.
인천 만석동에는 화수부두, 만석부두와 이어진 주꾸미거리가 있다. 쌀과 소금을 나르던 부두 노동자와 3교대로 일했던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 소금 농사를 짓던 염부들도 얼큰한 주꾸미와 한잔 소주로 고된 일을 버텼을 것이다. 이제 공장은 빈껍데기만 남아 물류창고로 전락하고 노동자의 거리라는 이름만 남았다. 부두 노동자도, 여성 노동자도 찾기 힘들지만 대신에 주꾸미를 찾는 식객들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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