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금융사, 美서 4.15% 예금계좌 내놨다
애플이 17일(현지 시각) 신상품을 내놨다.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아닌 연이율 4.15% 고금리 예금 계좌다. Z세대에게 이미 애플은 금융사다. 애플페이로 커피를 사 마시고, 애플 단기 대출로 당장 돈 없이도 원하는 상품을 사고, 애플 계좌로 돈까지 저축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중소형 은행들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애플’이란 젊고 세련된 은행이 고금리까지 들고 뛰어들며 미국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애플이 사업 확장과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더 깊숙이 애플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을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사가 된 애플
애플의 고금리 계좌 출시는 기존 금융권에 큰 위협이다. 애플이 파트너사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제시한 연이율 4.15%는 미국의 저축성 예금 평균 이율(0.37%)의 10배 이상이다. 온라인 은행 등 고금리를 내세운 저축 예금 계좌의 이율(3.5~5%)과도 경쟁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수수료가 없고, 계좌 유지를 위한 최소 잔액 기준도 없앴다. 최대 예금 한도는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이다.
발급 대상은 미국의 애플카드 소지자다. 애플은 이 신용카드를 쓰면 기본으로 결제액의 1%,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2%, 특정 제휴처에서 쓰면 3%를 매일 돌려주는 ‘데일리 캐시(Daily Cash)’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캐시백을 매일 고금리 계좌에 자동 입금시켜준다. 이용자 입장에선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애플페이+애플계좌’ 조합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실리적 이유뿐 아니라 더욱 무서운 것은 발행사가 바로 ‘애플’이란 점이다. 미 컬럼비아대 이밍 마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고금리와 애플 브랜드의 결합은 신규 이용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례의 특별한 점은 바로 ‘애플은 애플’(Apple is Apple)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금융 지배력을 확대해오고 있다. 이미 모바일 결제인 애플페이(2014년 출시)의 영향력은 세계적이고, 송금 서비스인 애플캐시(2017년), 애플 신용카드(2019년)도 줄줄이 내놓았다. 올 들어선 지난 3월에 선구매 후지불(Apple Pay Later)이 가능한 단기 대출 서비스를 내놨고, 한 달 만에 고금리 계좌까지 출시했다. 아이폰이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각종 콘텐츠·상품 구매가 일어나는 동시에 모든 금융 생활까지 단단히 묶여 있는 필수 기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애플페이 이어 저축 계좌도 국내 진출할까
애플이 카드에 이어 은행업까지 진출하면서, 미국 중소 은행들은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됐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찰스슈와브, 스테이트스트리트, M&T 등 미국 은행 3곳은 1분기(1~3월)에 예금이 600억달러(약 79조원)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테이트스트리트 주가는 9.18%, BNY멜런은행 주가는 4.58% 급락했다.
애플의 고금리 저축이 국내에도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애플 측에서 어떤 의사도 타진해온 게 없다”며 “애플 통장이 단순한 포인트 지갑 개념인지, 애플이 취합한 소비자 금융 정보 등을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하는지 등에 따라 기존 은행과 협업 가능 여부가 결정될 텐데 아직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도 지난 2014년 출시됐지만, 지난달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9년이 걸렸다.
최근 테크 기업들과 금융 기관의 협업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과 ‘CMA-RP 네이버통장’을 내놨고, 작년에 하나은행과 함께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애플 예금의 국내 출시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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