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사기 피해자 죽음 거듭되고서야 분주한 대책

2023.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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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세사기 피해가 급기야 대형 사회이슈로 비화했다.

인천 피해자들이 전국 단위로 확대 조직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어제 발족했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 수준"이라는 호소가 그래서 나온다.

전세사기를 단순히 사인간 채권채무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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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떼이고 경매 넘어가 벼랑끝, 우선매수 보장 등 실효적 구제 시급

부동산 전세사기 피해가 급기야 대형 사회이슈로 비화했다. 악성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인 임차인 고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전세집이 경매로 넘어간 세입자들이 3명이나 잇따라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아파트와 빌라 수천 채를 지어 임대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인천 건축왕’ 탓이다. 인천 피해자들이 전국 단위로 확대 조직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어제 발족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65개 시민사회단체도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수백 수천 채 소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다 돌연 잠적하거나 파산하는 사건이 최근 몇년 사이 급증했다. 이름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마저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3명이나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임대인이 사망하든 감옥에 가든 결국 최종 피해는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세입자 몫이다. 별도 구제책이 없는 한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돈 한 푼 없이 내쫓겨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와 수법이 다를 뿐 깡통전세 피해는 전국 단위다. 부산에선 동래 서면 사상 일대 오피스텔 수백 채를 보유한 30대 임대사업자 때문에 세입자들이 속을 앓는다.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이나 서민이어서 사기 액수에 비해 심리적 경제적 타격은 더 크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 수준”이라는 호소가 그래서 나온다.

전세사기를 단순히 사인간 채권채무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갭 투자를 노린 임대업이 활개를 쳤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범죄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전세금 사기의 공간이 커져 버렸다. 현존하는 임차인 보호 장치는 상당수 실효성이 떨어진다. 임대사업자는 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지만 지키지 않아도 징벌 효과가 적다. 오피스텔은 아예 보증보험 가입 대상도 아니다. 세입자에게는 다른 채권에 앞서 최우선변제금이 보장되지만 이것도 보증금이 일정액을 넘으면 대상에서 빠진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임대사업자 부실 관리, 엉성한 임대차 제도,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4차례에 걸쳐 22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세피해 확인서 발급, 긴급거처 또는 금융 지원 등의 사후 효과가 제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사각지대 지원을 선제적으로 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야 한 목소리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경매 중지와 우선매수권 보장 등 실질적 지원책이 시급하다. 악성 임대인을 사전에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보완도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더 이상 집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비극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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