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간 ‘스마일 점퍼’…우상혁 “훈련의 지루함 이겨내야죠”

임보미 기자 2023.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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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을 이겨내야 돼요."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17일 전지훈련지인 제주종합경기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2019년) 처음 김도균 코치님(44)을 만났을 때만 해도 패기가 넘쳤다. '나 2m30 뛰었다.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아'라는 생각에 기본 훈련은 미뤄두고 재미있는 (높이뛰기) 훈련만 했다"며 "김 코치님을 만난 뒤 체계적인 훈련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기본 훈련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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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높이뛰기 메이저 첫 金 우상혁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17일 전지훈련지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올해 첫 실전을 마친 뒤 도움닫기와 육상 기본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우상혁은 다음 달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제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루함을 이겨내야 돼요.”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17일 전지훈련지인 제주종합경기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원래 나는 영화를 볼 때도 건너뛰면서 본다. 그런데 운동은 그렇게 건너뛰면 안 된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확 티가 나더라”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이날 훈련 시작 1시간 만에야 높이뛰기용 스파이크화를 꺼내 신었다. 그렇다고 높이뛰기 훈련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도움닫기 훈련을 반복한 뒤 우상혁은 스파이크화를 다시 벗었다. 그리고 허벅지 양쪽에 저항을 주는 줄을 연결한 채 짧은 거리를 달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날 훈련은 무게 약 4㎏짜리 ‘웨이트볼’을 이용한 근육 강화 훈련으로 끝났다.

우상혁은 “(2019년) 처음 김도균 코치님(44)을 만났을 때만 해도 패기가 넘쳤다. ‘나 2m30 뛰었다.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아’라는 생각에 기본 훈련은 미뤄두고 재미있는 (높이뛰기) 훈련만 했다”며 “김 코치님을 만난 뒤 체계적인 훈련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기본 훈련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 선수 가운데 2m30을 넘은 건 이진택(51)과 우상혁 단 두 명뿐이다. 우상혁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뛰어넘으면서 이진택이 1997년 세운 한국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했다. 이어 지난해 시즌 첫 대회였던 후스토페체(체코) 실내대회 때는 한국 기록을 2m36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첫 대회로 열린 2월 아시아실내선수권대회에서는 2m24로 은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우상혁은 “예전 같았으면 ‘뭐가 문제였을까’ 파고들었겠지만 이젠 ‘훈련이 충분히 안 돼서 그렇구나’ 한다”며 “모든 걸 코치님에게 맡겼다. 난 올 시즌 대회 일정도 모른다. (경기를) 의식하기보다 훈련은 충분히 잘해 왔으니 훈련한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12월부터 2월까지 훈련을 바짝 하고 시즌을 시작하는데 올겨울에는 부비동염으로 숨을 잘 못 쉬어서 고강도 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며 “(2월에) 수술을 받고 상쾌하게 숨 쉬면서 훈련도 빠짐없이 잘하고 있다. 앞으로 기록이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면서 웃었다.

자는 시간을 빼고는 우상혁과 ‘공과 사’를 모두 함께하는 김 코치는 이날 훈련 중 우상혁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바로 캐치하고는 “경직되면 속도가 확 죽는다”며 피드백을 줬다. 우상혁은 “운동이나 일상에서나 코치님한테는 거짓말을 못 한다. 바로 다 아신다”고 했다.

김 코치가 훈련지를 제주도로 정한 데에는 ‘보는 눈’이 적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김 코치는 “상혁이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성적을 내다 보니 경기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며 “눈앞의 성적보다 선수가 행복하게 운동하는 게 먼저다. 건강한 과정에 집중하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말했다.

주경기장 트랙을 달리는 우상혁. 제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우상혁은 지난해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는 우승, 세계육상선수권(실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종목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수상 기록을 남겼다. 이를 발판 삼아 육상 선수 최고 대우를 받으며 소속팀도 용인시청으로 옮겼다. 우상혁의 다음 목표는 물론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우상혁은 “이상일 용인시장님부터 앞장서 도와주고 계신다”고 감사함을 전한 뒤 “마침 대회 장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파리다. 여행 오시는 분들, 교민분들 모두 다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다음 달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서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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