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오페라의 유령

이선정 기자 2023.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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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외모로 마스크를 쓴 채 프랑스 파리 한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비운의 천재 음악가 '팬텀'.

음악선생이 되어 사랑하는 극장의 코러스걸 크리스틴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뉴욕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한국에서는 열기를 한창 지피는 중이다.

지금 같은 국내 뮤지컬산업의 전성시대를 가져온 시작점은 2001년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 흥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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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외모로 마스크를 쓴 채 프랑스 파리 한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비운의 천재 음악가 ‘팬텀’. 음악선생이 되어 사랑하는 극장의 코러스걸 크리스틴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한다. 그 덕에 프리마돈나로 급성장한 크리스틴에게 젊고 잘생긴 귀족 라울이 나타나면서 삼각 로맨스의 비극은 시작된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만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다.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상연되며 1억4500만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중 하나다. 초대 크리스틴 역의 사라 브라이트만, 역대급 팬텀으로 평가받는 라민 카림루를 비롯해 우리나라 김소현 류정한 홍광호 등 수많은 뮤지컬 스타를 배출한 등용문이기도 한 이 ‘세기의 걸작’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마제스틱 극장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마지막 브로드웨이 공연이 펼쳐졌다. 1988년 브로드웨이 초연 뒤 무려 지난 35년간 이 극장에서는 이 뮤지컬만을 무대에 올렸다. 흥행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적자 누적을 이기지 못하고 이날 끝내 막을 내렸다. 떠나가는 유령을 아쉬워한 듯 마지막 공연 때 극장 앞은 남은 티켓이라도 구하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티켓 재판매 가격은 장당 4000달러(524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뉴욕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한국에서는 열기를 한창 지피는 중이다.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지난 3월 말 시작돼 6월까지 계속된다. 국내 상연으로는 2001년 한국어판 무대를 시작으로 내한 공연을 통틀어 6번째며, 한국어 공연으로는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지난 13일 무대는 한국 누적 15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날 팬텀 역의 조승우는 놀라운 가창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압도적 연기로 뜻깊은 기록을 더 빛나게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국내 공연은 부산과 서울에서 진행되는데, 그 시작점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보통 뮤지컬 하면 ‘서울 장기 공연 뒤 주말 이틀 정도 각 지방 투어’가 공식인데, 부산에서 100회 장기 공연을 먼저 한 뒤 서울에서 그 열기를 잇겠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국내 뮤지컬산업의 전성시대를 가져온 시작점은 2001년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 흥행이었다. 그 작품이 이젠 부산을 ‘뮤지컬 도시’로 만드는 매직이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선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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