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2023.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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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2023년 계묘년의 봄이 한창이다. 도심에서 가장 먼저 봄을 실감하는 것은 계절을 알리는 봄꽃을 통해서 일 것이다. 봄꽃의 여왕인 벚꽃이 개화하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도시의 가로수길, 작은 공원,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서도 쉽게 벚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벚꽃을 주제로 한 디저트 컵 옷 등 상품이 합세해 만개한 벚꽃은 봄의 주인공인 듯 기세가 등등하다. 벚꽃이 지고 나면 라일락이 바통을 이어받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렇듯 계절 변화를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꽃과 나무이지 않을까. 봄부터 피어 여름까지 화려함을 뽐내는 장미, 여름의 상징 해바라기, 분홍 꽃이 오래도록 피는 배롱나무, 가을이 오면 노란 은행나무, 국화 등은 쉽게 접할 수 있고 계절을 느끼게 하는 대표주자다.

그런데 사계절 동안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쉽게 볼 수 없다고 느끼는 건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8월에 피는 무궁화는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꽃으로 생각하는 이는 많지만 다른 꽃에 비해 계절을 대표하는 꽃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놀랍게도 평소 즐겨 마시는 히비스커스차가 무궁화의 일종이란다. 또한 하와이 주화(state flower)인 노란 히비스커스도 무궁화와 같은 과다. 그리스에서는 무궁화를 ‘히비스쿠스 알데아(Hibiscus althaea)’라고 하며, 히브리어로 히비스쿠스(Hibiscus)는 신의 이름, 알데아(althaea)는 치료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히비스 신이 치료한다’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필자가 여기서 굳이 무궁화를 논하는 이유는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國花)인 것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식하지만 나라꽃 무궁화에 우리는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과연 국내에 얼마만큼 보급, 식재돼 있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해서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 제35조 2에 산림청장은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무궁화를 체계적으로 보급·관리하기 위해 무궁화 진흥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하며, 무궁화 보급·관리에 관한 기본 목표 및 추진 방향, 보급 및 관리 현황, 품종에 관한 연구와 개발은 물론 관련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해 국민이 무궁화에 대한 사랑 의식을 갖도록 명시한다.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는 각종 상징물 즉 훈장, 휘장, 청와대의 문양, 국회의원 배지 등에 무궁화가 삽입돼 위엄있는 존재로 사용되고 있으나 그밖에 무궁화를 소재로 한 축제나 행사는 물론 하다못해 기념품도 다양하게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앞서 언급했듯 봄이면 지역 곳곳에서 개최되는, 벚꽃 장미꽃 튤립 유채꽃 등 꽃을 소재로 한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모인다. 그러나 정작 무궁화 축제는 아직 생소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나마 매년 광복절을 맞이하는 8월이 되면 지자체 중심으로 개최하는 무궁화를 소재로 한 축제, 사진 전시회, 어린이 글짓기 및 학술 심포지엄 등이 있지만 벚꽃을 비롯한 다른 꽃을 소재로 한 콘텐츠와 비교한다면 빈약하고 딱딱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해외에서 국내보다 무궁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일부 소개를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보급·관리는 물론 홍보와 콘텐츠 개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임을 느낀다. 강압적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조성하는 각종 공원 등에 소규모라도 나라꽃 무궁화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자연스럽게 무궁화의 보급과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곧 여름과 함께 무궁화의 계절이 온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징어게임’에서 영희가 외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무궁화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디서나 우리 꽃 무궁화를 쉽게 접하고, 그 단아하면서 화려한 모습에 사진 한 장 찍어갈 곳이 가까이에 많아지면 좋겠다. 올여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달려가는 부산에서부터 어디서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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