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만 보조금… 韓·日·유럽 차는 다 뺐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내놓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명단을 1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배터리 제조 조건을 충족한 경우 대당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미 정부가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는 전기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의 후속 조치가 모두 일단락됐다.
이날 미 재무부가 공개한 명단에는 GM(제너럴모터스)·포드·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 7개 브랜드의 16개 자동차만 포함됐다. 명단에서 제외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한국과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보조금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미국 업체들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8월 IRA가 처음 시행됐을 때부터 한국·일본·유럽차 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IRA로 미국차 16종만 보조금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입하는 일정 소득 이하(개인 15만달러, 부부 30만달러)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전기차는 전기로만 달리는 순수 전기차나 내연기관과 충전식 배터리, 전기 모터를 갖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가리킨다. 작년 8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당시 미국에서 판매 중인 40여 종 전기차 중 북미 외 지역에서 생산된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전기차 10여 종에 대한 보조금이 끊겼다. 거기다 지난달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과 부품도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세부 지침이 추가됐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라도 배터리가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부품을 50% 이상 써야 3750달러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써야 나머지 절반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보조금 대상이 된 16종은 모두 미국 업체 제품이다. 미국 1위 완성차 업체인 GM의 쉐보레와 고급 브랜드 캐딜락 제품이 5종, 2위 기업인 포드와 그 회사의 고급 브랜드 링컨 제품이 6종이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미국 브랜드 크라이슬러와 지프 차종도 3개 포함됐다. 미국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 차도 들어갔다. 이 중에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 1·2위였던 모델Y와 모델3, 3위인 포드 머스탱 마하E, 5위 GM의 쉐보레 볼트도 있다. 반면 전기차 시장에서 이들을 추격하던 현대차 아이오닉5(판매량 7위)와 기아 EV6(8위)는 지난해 8월에, 폴크스바겐 ID4(9위)는 이번에 각각 보조금이 끊겼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최대 1000만원 가까운 가격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갈 것”이라며 “IRA 여파로 전기차 시장 상위권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재계 “정상회담 때 논의해야”
이날 한국 완성차 업체에선 “경쟁 상대인 일본 닛산이나 독일의 폴크스바겐, BMW 전기차도 이번에 다 같이 제외된 게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 미국 브랜드가 아닌 업체들은 앞으로 미국산 배터리를 찾으면서 고소득자를 공략하는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우선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9종 제품은 ‘북미 생산’이란 조건을 맞춘 상태인 만큼, 차 업체들이 세부 지침을 충족시키는 배터리 구하기에 나설 것이란 뜻이다. 또 고소득자는 보조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을 못 받게 된 업체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늘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여기에 더해 IRA와 무관하게 보조금을 주는 미국 내 리스차 시장에서 판매를 더 늘릴 방침이다.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와 하반기 출시하는 코나 전기차, 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의 신차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내년 말 준공 예정인 전기차 공장 건설 속도도 가능한 한 높일 방침이다. 강화된 배터리 요건을 맞출 수 있도록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와 물밑 협의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IRA 시행 이후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에 아직 큰 충격이 없었다”면서 “내년까지는 배터리 부문에서 수혜가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 때 IRA를 의제로 올려 우리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삼성전자도 부진한 상황에서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수출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러·북 군사협력 본질은 권력 유지 위한 지도자간 결탁"
- [단독]"토건세력 특혜 설계자는 국민의힘" 이재명 발언, 유죄 근거 됐다
- [단독] 김문기가 딸에게 보낸 ‘출장 동영상’, 이재명 유죄 증거 됐다
- 국어·수학 쉬워 1등급 컷 올라... 탐구 영역이 당락 가를 듯
- 트럼프 도피? 4년 4억에 가능... 美크루즈사가 내놓은 초장기 패키지
- [만물상] 대통령과 골프
-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2년만에 4배 됐다”
- 제주 서귀포 해상 어선 전복돼 1명 실종·3명 구조... 해경, 실종자 수색
- “계기판 어디에? 핸들 작아”... 이혜원, 사이버 트럭 시승해보니
- 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