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전세사기 비극, 정부대책 실효성 강화해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한 달 사이 20, 30대 3명이 생을 마감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뜯기고 극한 상황에 내몰렸던 젊은이들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들의 죽음 뒤에는 악덕업자의 탐욕이 있었다. 전세금 125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건축왕’이 젊은이들이 삶의 의지를 짓밟았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3천107가구 가운데 경매가 예정된 것만 2천여가구에 이른다.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부실하고 무성의하다. 정부의 전세사기 관련 대책은 전세사기 예방에 치우쳐 있어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에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전세사기 방지 종합대책에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한 임차인 최우선 변제액 및 변제기준 상향 △연 1~2%대 저리 대출(전세대출 대환대출 포함) △긴급거처 지원 등을 담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우선 변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소액 임차인은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소액 임차인 기준(서울은 보증금 1억6천500만원, 인천은 8천500만원)을 100만원이라도 넘길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는다. 정부가 변제 기준과 변제액을 높였지만, 소급 적용이 안되고 2, 3년 새 전셋값이 급등해 지원 기준을 벗어나는 피해자가 많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거처도 실효성이 낮다. 인천에 마련된 긴급거처(임대주택) 238채 중 전세사기 피해자가 입주한 집은 8채뿐이다. 입주 절차가 까다롭고 임대주택 주거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저리 대출도 피해를 당한 집의 전세대출 이자는 그대로 내면서 새로 이사할 집의 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경매 절차 일시 중단’은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매의 경우 채권자가 국가인 만큼 공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경매는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아 정부가 강제로 경매 절차를 중지시키기 어렵다. 또 모든 피해자가 경매 중단을 원하는 상황도 아니다.
피해자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사례별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생활자금 등 경제적 지원과 함께 법률·심리 상담이 절실하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깡통전세 규모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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