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지저분한 이혼으로부터의 중대한 진전”… 영국·EU, ‘북아일랜드 예외’에 합의

프란체스코 알베르티 이탈리아 저널리스트·前 마이니치신문 기자 2023.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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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때 북아일랜드 EU에 남아 영국·북아일랜드 간 통관 문제 발생
협약 수정 ‘윈저 프레임워크’… 북아일랜드 내수용에는 통관 절차 면제
기업,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에 ‘Not for EU’ 라벨 붙여야 해 비용 증가
리시 수낙(왼쪽)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영국 윈저성 길드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견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브렉시트 협약을 수정한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현행 북아일랜드 의정서(브렉시트 부속 협약) 내에서 유럽연합과 영국 간 상품 이동 문제를 처리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윈저 그레이트파크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만난 후 체결됐다고 알려진 ‘윈저 프레임워크(북아일랜드 관련 브렉시트 협약을 수정한 것)’는 영국에서 아일랜드해를 건너 북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상품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합의안이다. 이에 대해 알폰소 조르다노 로마 루이스대학교 정치지리학 교수는 “매우 지저분한 이혼으로부터의 중요한 진전”이라며 “확실히 양측이 타협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또 “영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수낙은 EU와 합의하기 전에는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합의안을 설명하기 위해 의회 토론을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지난달 22일 영국 의회는 열띤 토론 끝에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찬성 515표, 반대 29표로 ‘스토몬트 브레이크(EU법이 북아일랜드에 적용될 때 북아일랜드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조항)’를 승인했다. 스토몬트는 북아일랜드 의회가 있는 건물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영국 의회는 합의안의 특정 부분인 스토몬트 브레이크에 대해서만 표결에 부쳤지만, 이 표결이 통과된 것은 향후 전체 합의안에 대한 토론에 있어 수낙에게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다.

조르다노 교수는 “수낙이 합의에 도달한 방식은 그가 얼마나 유능한 정치인인지를 보여준다”며 “그는 제한된 수의 사람들과 논의함으로써 내부 논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피하고 강경파의 반대를 무마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폰데어라이엔이 윈저성에서 만나 차를 마시게 해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 국왕을 참여시킨 것이 절묘했다”며 “이를 통해 국왕이 (합의안을) 승인한 것처럼 보일 것이고 강경파의 반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윈저 프레임워크는 녹색 줄과 빨간 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북아일랜드에서 유통되는 상품(녹색 줄)에 대해서는 수입 절차와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고, 아일랜드와 다른 유럽연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품(빨간 줄)은 이와 분리할 것이다.

하지만 조르다노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실제로 완전한 합의가 이행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법적·현실적 장애물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북아일랜드로 배송되는 제품은 오는 10월 1일부터 ‘EU용이 아님(Not for EU)’이라는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회사가 영국과 EU 시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영국으로 향하는 제품과 EU로 향하는 제품을 분리해야 한다는 조항은 비용을 늘리고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윈저 프레임워크는 또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소속인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의 국경에서 관세 및 이민 문제를 규제하는 브렉시트 협약 의정서인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수정한 것이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에는 270개의 국경 검문소가 있다. 이는 30년 이상의 내전 끝에 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온 1998년 성금요일 협정(벨파스트 협정) 이후 모두 무인화됐다. 브렉시트 전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공화국은 모두 유럽연합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떠한 이민, 세금 및 무역 문제도 존재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의정서의 원래 조항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기는 것이다. 세관 및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EU 규정은 계속해서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는 영국의 일부 지역이 여전히 EU 규칙에 구속된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국민투표 전 캠페인에서 내세운 주요 주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북아일랜드 의정서는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은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상 아일랜드 해상에 국경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논문 ‘윈저 프레임워크-새로운 미래’에 따르면, 이 협정은 “불필요한 관료주의와 영국 시장 내 이동 및 잔류 상품에 대한 검사를 제거해 영국 내 무역의 원활한 흐름을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식품 안전 및 의약품 공급부터 주류 관세 규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EU 법률을 대체하는 북아일랜드 내의 영국 규칙을 복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논문은 또 “(이 협정을 통해) 북아일랜드 기업의 영국 시장 전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함께 EU 시장에 대한 접근 역시 완전히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윈저 프레임워크에서 EU가 양보한 주요 사항은 북아일랜드 의회가 북아일랜드에 적용되는 EU법의 변경에 반대할 수 있는 장치인 이른바 ‘스토몬트 브레이크’이다. 이 제동장치는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 30명이 발동할 수 있으며,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영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스토몬트 브레이크를 걸 경우 영국 정부는 새로운 EU법이 북아일랜드에 적용되지 않도록 거부할 수 있는 주권적 권한을 갖는다.

윈저 프레임워크와 이에 따른 변화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이혼에서는 두 파트너가 계속 대화하고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다.” 조르다노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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