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현대차-기아 제외… 美기업만 혜택

변종국 기자 2023. 4.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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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등 22종 지급 대상 지정
韓-日-獨 등 외국업체 모두 빠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8월 16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상·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모인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17일 발표한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은 모두 미국 브랜드였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선정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모두 제외됐다. 일본, 독일 브랜드 친환경차도 모두 제외된 가운데 미국 브랜드가 생산한 16개 전기차와 6개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미국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자국산 우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 시간) IRA 세부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 22개 친환경 차량을 발표했다. 제조사별로는 제네럴모터스(쉐보레, 캐딜락)가 6종으로 가장 많았고 포드와 테슬라가 각각 5종이었다. 하이브리드 차종으로는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지프) 3종과 포드(포드, 링컨) 3종이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받았던 13개 브랜드 41종에서 7개 브랜드 22종으로 보조금 대상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물론이고 닛산,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백악관은 전기차 보급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제조업 부흥을 통해 미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미국 투자) 대책의 일환”이라며 “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美서 조립 ‘GV70’도 보조금 제외… “현대차 美공장 완공 당겨야”

美기업만 IRA 보조금


배터리 조립-광물 규정 못맞춰 제외… “조지아 공장 완공 당겨야 피해 줄어”
보조금 받는 상업용 전기車 비중↑… 대통령실 “배터리 수출선 수혜국”


자료: 미국 재무부
미국 IRA가 지난해 8월 시행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 조립되는 친환경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이 지급돼 왔다. 그러다 이번에 배터리 규제가 추가됐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라 해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약 493만 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하면 3750달러가 지급되도록 했다. 두 가지 배터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7500달러(약 975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자동차와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미국에서 만들라는 규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도 보조금을 받게 된 친환경 차량은 모두 미국 브랜드들이다. 캐딜락(리릭)과 쉐보레(볼트, 블레이저, 실버라도EV, 이쿼녹스 ), 테슬라(모델3과 모델Y), 포드(E-트랜싯, 이스케이프, F-150, 머스탱 마하 E) 링컨(에이비에이터, 코세어), 지프(그랜드체로키 하이브리드, 랭글러 하이브리드), 크라이슬러(퍼시피카) 등이다. 자국 브랜드만 대놓고 지원해 주는 셈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된다.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 이유다. 하지만 배터리 조립 및 광물 규정을 못 맞춰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GV70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SK온 제품이다.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고, 울산에서 완성해 미국으로 보낸다. 아우디 ‘Q5 e콰트로’, BMW ‘330e’와 ‘X5 x드라이브45e’, 닛산 ‘리프’, 폭스바겐 ‘ID4’, 볼보 ‘S60 하이브리드’, 리비안 ‘R1S’와 ‘R1T’ 등이 모두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5’ 등은 애초에 한국에서 수출돼 작년 8월 이후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생산 차량인 GV70까지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업체들에 비해 보조금 액수만큼 가격경쟁력 열세에 놓이게 됐다.

다만 “단기적 충격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최악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있다. 우선 리스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5% 수준이었던 상업용 전기차 차량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려 나가며 대응하고 있다. 또 미국 로컬 브랜드가 유리해지긴 했지만, 일본과 유럽의 경쟁업체들은 현대차그룹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놓고 미국 브랜드를 밀어주겠다는 것이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쟁 상대들도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현대차가 지난해 착공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길 경우 피해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날 브리핑을 갖고 “현대차의 경우 상용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1분기(1∼3월) 5%에서 올해 1분기 28%로 올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광물 규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현지 생산은 물론 광물 채굴 및 가공 측면에서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최 수석은 “발표된 7개사 22개 전기차 모델 중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이 17개나 된다”면서 “오히려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기회다. 배터리 수출에 있어서는 우리가 수혜를 받는 나라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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