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량붕괴 사고, ‘숨은 문제점’ 찾아 악순환 끊어야

기자 2023. 4.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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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로 사상자가 2명 발생했다. 이 붕괴사고는 후진국병일까? 아니다. 이런 붕괴사고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오히려 인프라를 먼저 확충한 선진국들이 겪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이 앓고 있는 인프라의 ‘성인병’ ‘노인병’을 우리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

시설물안전법은 교량을 규모에 따라 1·2·3종으로 구분하고, 1종 외에 2·3종은 외관 조사 위주의 정기안전점검(2·3종), 정밀안전점검(2종)만 의무화하고 있다. 3종보다 작은 교량은 아예 관리 밖이다. 3종 시설물은 크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정되는 게 아니고 지자체장이 필요할 경우 지정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 지정 자체를 회피할 수도 있다.

정기·정밀점검은 의사가 눈으로 보는 진찰에 해당한다. 언젠가부터 ‘근접’이라는 규정이 삭제돼 어디서 보든 상관없다. 반면 5년에 1회 모든 시설물을 점검하는 일본은 ‘근접’ 점검이 의무다. ‘hands-on inspection’이라고 해서 팔을 뻗었을 때 거리 이내에서 세밀히 살펴야 한다. 그게 점검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2·3종의 점검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순찰’에 불과하다. 최근 언론에 각 지자체가 점검 다니는 사진이 나오는데 그런 게 바로 순찰이다.

교량 붕괴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하상세굴(scour)’이다. 기초 주변 암반이 홍수 때 조금씩 깎여나가다 결국 큰 홍수 때 무너지는 붕괴 형태다. 전 세계 교량 붕괴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 하상세굴을 위한 수중조사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대형 홍수 이후 등 제한적 상황에서 선택적으로만 할 수 있게 돼 있어, 하상세굴로 인한 붕괴 메커니즘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많은 다리가 빗물에 쓸려가는 이유다. 조사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07년까지 44년 동안 총 7533개의 도로교가 홍수 때 무너졌다.

성남시는 사고 이후 관내 211개 교량의 정밀안전점검과 시설물 보강을 위해 75억원의 추경을 긴급 편성했다고 밝혔다. 관내 양호·보통 등급의 교량 147곳에 대한 정밀안전점검에만 110여억원, 정밀안전진단에는 500여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 2021년 관내 20여개 교량의 정밀안전점검에는 불과 1억6000만원, 지난해 170개소의 교량·육교 점검에선 4600여만원을 썼다고 한다. 점검 결과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처럼 교량 연장 2m 이상으로 점검 대상을 확대(현재 한국은 100m 이상)하고, 그들처럼 근접점검을 의무화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게 뻔하다. 게다가 일부 결함 외에 대부분의 손상에 대해 보수 시기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데, 이를 의무화해도 재정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인프라 선진국들이 도입한 게 ‘자산관리’다.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 인프라의 기능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선진기법이다. 우리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개별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 뒤에 숨어 있는 법과 시스템, 그리고 관행과 문화의 문제까지 잘 살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시·군·구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앞장서야 하는데, 도대체 국토교통부는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꿀 먹은 벙어리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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