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中이 대만 침공한다면… 전쟁은 꼭 한반도서 불붙는게 아니다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막기에 ‘올 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의 모든 정찰 자산이 북을 향해 있다.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라는 방공망도 북 무기에 맞춰 있다.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수중발사순항미사일, 각종 미사일 섞어 쏘기까지…. 북 미사일 기술·전술력의 급진전에 3축 체계만으론 역부족이란 말도 나온다. 근래엔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않는 2m짜리 소형 무인기, 금융 대혼란을 부를 사이버 해킹 등 새로운 형태의 공격도 우리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삼각지는 지금도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 꼭 한반도에서 발화한다는 법은 없다. 옆집 불똥이 우리 쪽에 옮아 붙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외교적으로 거리가 꽤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졌는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까지 공개 비난하며 외교 공세도 펴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근육질에 위기감을 느낀 폴란드가 K-2전차, K-9자주포 등 우리의 무기를 싹쓸이하듯 사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러·우 전쟁의 파장이 이런데, 우리 바로 옆 중국에서 불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기우, 괜한 불안감 조성이라고 하기엔 최근 워싱턴 DC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예사롭지 않다. 미 현역 4성 장군은 군 내부망에 “중국은 2024년 대만 총통 선거와 미 대선의 혼란스런 상황을 기회로 여길 것이다. 2025년 중국이 대만을 칠 수 있다.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주한 대사를 역임한 해리 해리스는 지난 2월 의회 군사위에서 “우리는 이제 44년간 이어온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끝낼 때가 됐다”면서 “대만을 무력 통일하려 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은 대만 파병 필요성까지 띄우고 있다.
중국은 30년간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칼을 갈았다. 시진핑 3연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일사불란한 권력의 전열을 가다듬은 중국이 패권국가로서의 권태기에 빠진 미국의 면전에서 우크라이나보다 폭발력이 갑절은 큰 ‘뇌관’인 대만을 칠지는 시진핑 그 자신도 아직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1954·1958·1996년 등 42년간 3차례 있었던 대만을 둘러싼 미·중 무력시위 사태가 지난해 8월과 이달 초 불과 8개월 사이 2차례 집중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기존 세계 질서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이 먹구름은 김정은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막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조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과 같은 내다봄이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9조2000억원 보조금 확정
- 러 반정부 세력 견제하려...강제수용소 박물관 폐쇄
- 한국야구, 일본에 3대6 역전패…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위기
- 서해안고속도로 팔탄 분기점 인근 5중 추돌 사고…1명 숨지고 2명 다쳐
- 동덕여대 “피해액 최대 54억”… 총학 “돈으로 겁박말라”
- 연기자로 美 OTT 데뷔...리사, 특급 배우들과 ‘할리우드 이슈’ 표지에
- [전문] “민의 왜곡, 죄책 가볍지 않다” 이재명 1심 판결 요지
- 5년만에 다시 설산으로... ‘스키 여제’ 린지 본 복귀
- 한 몸처럼 움직인 홍명보호... 상대 수비진 키까지 계산했다
- 尹, 사과 회견 이후 지지율 20%대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