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19] 19년은 참아라
성경에서 40은 고난과 시험을 상징한다. 하나님은 40일 동안 비를 내려 땅을 씻었고,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동안 광야를 방황했다. 모세, 엘리야, 예수는 40일 동안 금식했다.
동양에도 고난과 시험을 상징하는 숫자가 있다. 19다. 춘추시대의 문공(文公)은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아 타국으로 쫓겨났다가 19년 만에 귀환해서 진(晉)나라 왕이 되었다. 타향살이하면서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키운 덕에 진나라를 중국 둘째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한(漢)의 장건(張騫)은 실크로드를 개척하기 위해 서쪽으로 나갔다가 흉노에게 붙잡혔다. 온갖 고난을 참으며 기회를 노리다가 19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고 귀국해서 불후의 영웅이 되었다. 조선의 노수신(盧守愼)은 전남 진도에서 19년 동안 귀양살이하면서 문장을 갈고 닦았다.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훗날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을 역임했다.
동양에서 19년을 유달리 강조한 이유는 천체 운행과 관련이 있다. 천자문의 일곱 번째 구절인 윤여성세(閏餘成歲)는 “윤달을 더해서 한 해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음력의 1년(354일)은 양력의 1년(365일)보다 11일 정도 짧아서 가끔 윤달을 보태야 한다. 정확히는 19년 동안 일곱 번 윤달을 끼운다. 동양의 우주관에서 19년이란, 음력과 양력의 길이가 일치하여 완전함에 이르게 되는 기간이다.
조선 중기 학자 유몽인은 19가 특별한 이유를 주역에서 찾았다. 주역의 논리 체계에서 짝수는 음, 홀수는 양을 의미한다. 19는 음의 끝수인 10과 양의 끝수인 9를 더한, 우주의 극한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고난 앞에서 금방 포기하지 말고 19년 정도는 꾹 참고 견디라고 충고했다. 그것을 내구(耐久)라고 일컬었다.
백세 시대다. 지금이야말로 19년 정도 내구가 필요하다. 19년은 오늘날의 ‘1만 시간 법칙’과도 통한다. 매일 90분씩 19년을 투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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