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속 낮잠 자는 10조 대학기금…전문 운용 시장으로 나와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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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가 포스코그룹 계열사 투자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대학이 기금의 90% 이상을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넣어둔 채 운용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일찍 기금운용에 뛰어든 서울대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대 발전기금재단이라는 별도 재단법인을 세워 안전 상품에 투자하고, 주식 등 비교적 위험성이 큰 자산은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는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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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가 포스코그룹 계열사 투자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이와 별도로 배당으로만 매년 800억원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포항공대 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82.6%에 달한다. 대부분 사립대가 예금 위주로 기금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굴려 재정을 확충하는 포항공대 행보는 눈에 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대학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4년제 사립대의 평균 적자 규모가 2021년 기준 1555억원에 달할 정도다. 등록금과 정부 지원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난해 말 기준 9조3196억원(210개 사립대)에 달하는 적립금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럼에도 대부분 대학이 기금의 90% 이상을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넣어둔 채 운용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이다. 미국 사립대학이 기금의 70% 이상을 주식이나 채권, 심지어 사모·헤지펀드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연 환산 10% 안팎의 수익을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사립대학 재정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5%인 데 비해 미국 사립대의 등록금 비중은 30% 이내인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단숨에 공격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섣부른 투자 실패로 원금을 날릴 수 있는 데다, 불투명한 운용으로 재단 ‘쌈짓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운용심의회를 꾸려 장기적 안목에서 위험을 분산하고 시스템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면 외부위탁운용(OCIO)이 현실적 대안이다. OCIO는 기업이나 기관의 자산운용 관련 업무를 외부 전문가가 위탁받아 대행하는 서비스다. 비교적 일찍 기금운용에 뛰어든 서울대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대 발전기금재단이라는 별도 재단법인을 세워 안전 상품에 투자하고, 주식 등 비교적 위험성이 큰 자산은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는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국내 금융권도 이런 수요에 맞춰 OCIO 전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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