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건배사 같았던 국회 전원위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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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4일에 걸친 활동을 마쳤다.
이러니 애초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의지가 있기는 한지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론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동력이 모인 흔치 않은 기회를 차악을 고르느라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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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4일에 걸친 활동을 마쳤다. 애초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바람은 역시나로 마무리되었다. 실제 전원위에서 발언한 한 의원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진지한 토론과 숙의는 찾아볼 수 없고 남는 것 없는 말잔치에 그쳤다. 앞사람이 뭐라 하건 상관없이 순서대로 발언하는 것을 보며 회식 자리에서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아냥일까? 앞으로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노력한다지만, 건배사는 듣기 좋은 덕담일 뿐이며 회식 후에는 숙취만 남기 마련이다.
평소 칼럼을 쓰면서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을 애써 피해왔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삼아야겠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1차적인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힘에 있다. 국회의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가 목적이라면 비례대표, 나아가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물론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할 이유는 없다. 다만 바람직한 선거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받아들일 준비와 용기는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의원정수 확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아놓으니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리 없다. 이러니 애초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의지가 있기는 한지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것이다.
더구나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논리도 궁색하다.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주된 근거는 다수 국민의 반대이다. 물론 국민 정서와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유리할 때만 선택적으로 국민을 내세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마음에 들지 않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끌어내릴 수 있게 하는 국민소환제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비율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국민의 의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의원정수 축소와 함께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어떤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분명히 하자면 필자는 국민소환제는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 찬성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론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자. 물론 국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불신과 반감을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소환제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의원 몇몇을 걸러내기 전에 애초에 국회의 전체 구성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왜 의원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지 불평하기 전에 애초에 국회의 모습을 우리 생각과 최대한 가깝게 만들 방법은 없을지 토론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국회의장님께 한마디. 선거제도 개편은 개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통해 어떤 가치를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5월이든 6월이든 시한을 정해놓고 개편을 밀어붙이면, 정작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동력이 모인 흔치 않은 기회를 차악을 고르느라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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