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준칙 뭉개다 “공부한다”며 유럽 간 의원들, 몰염치하다

2023. 4. 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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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윤영석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의원 5명이 재정준칙을 연구한다며 어제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출장 취지는 유럽 국가들이 재정준칙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986년, 유럽은 유럽연합(EU) 창설 때인 1992년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06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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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윤영석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의원 5명이 재정준칙을 연구한다며 어제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는 독일, 힘겹게 재정위기를 벗어난 스페인, 프랑스가 주요 방문지라고 한다. 출장 취지는 유럽 국가들이 재정준칙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의원들이 공부하러 해외출장을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재정준칙 법제화를 30개월이나 뭉개다가 “더 공부하겠다”며 나서 몰염치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선진국들은 이 규정으로 예산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재정준칙 관련 해외 동향 논의 자료와 보고서는 국내에도 차고 넘친다. 미국은 1986년, 유럽은 유럽연합(EU) 창설 때인 1992년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06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국내에서 이미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졌는데 현장 점검이 더 필요하다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게다가 부채 상한선을 가장 엄격하게 준수하는 스위스가 방문 국가에서 빠져 외유성 출장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국회 책임이 크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10월 재정준칙 법제화가 제안됐지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반대했다. 통제받지 않고 선심성 예산을 쓰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여야는 지난 12일 기재위 소위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완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거센 반발을 샀다. 민주당은 ‘운동권 퍼주기법’으로 불리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과 재정준칙 처리를 연계하자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국가 재정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년 총선 표밭만 다지겠다는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후 주요국들은 재정 건전화에 나서 국가 채무 비율을 줄이는데 우리는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2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나랏돈을 쓸 줄만 알지 아끼는 법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도 어제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우려했다. 국회의원들이 언제나 삼류 정치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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