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커팅맨과 푸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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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로 시작하는 동물원의 노래가 발표된 건 1990년이다.
가사 안에 등장하는 당시 지하철은 도시의 낭만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현실 속 지하철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급기야 구로역·신도림역 등 혼잡도가 심한 지하철역 20여 곳에 승객을 전동차 안으로 밀어 넣는 푸시맨(Push man)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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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지금 승객들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는 김포골드라인에 정반대 역할을 하는 커팅맨(Cutting man)이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된 건 2019년 9월. 고작 두 량으로 편성된 지하철의 최대 수송 능력은 230명인데 러시아워에는 400명 이상의 승객이 빼곡히 들어찬다. 혼잡률이 285%로 서울 최대 혼잡구간인 9호선 노량진∼동작역(185%)을 훌쩍 뛰어넘으며 ‘김포골병라인’으로 불릴 정도다.
잘못된 행정판단 탓이 크다. 이렇다 할 교통계획도 없이 신도시부터 조성한 국토교통부, 수익성을 이유로 지하철을 반대한 기획재정부,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경전철 건설을 밀어붙인 김포시의 합작품이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하려 국비 지원 없이 철도를 건설하려다 예산 부족 사태가 빚어져 ‘꼬마열차’로 둔갑했다. 50만명에 달하는 김포시 인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객차를 늘리려 해도 승강장이 2량에 맞춰져 있다. 미래 수요에 대한 대비조차 없다 보니 확장성이 제로(0)다. 개화∼김포공항역 구간 버스중앙차로 신설과 셔틀버스 무제한 투입 등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해당 구간에 나들목, 지하차도 등 입체교차시설이 많아 전용차로 지정에 3개월이 걸린다. 대당 20억원에 이르는 수륙양용버스 도입 얘기까지 나왔지만 ‘압사냐 익사냐’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이나 GTX-D의 조기 개통은 하세월이다. 커팅맨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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