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미국 다음은 중국이다
2008년 이후 관계 격상 없어
G2갈등 속 지금은 실리 챙겨야
尹정부 마련해 둔 ‘복안’ 궁금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다. 1992년 수교 때 ‘우호협력 관계’가 1998년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로,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바뀌더니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됐다. 그 뒤 변화가 없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격상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출범에 즈음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올해는 중·한 수교 30주년의 해로, 중국은 한국 새 정부 및 각계와 손잡고 중·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시대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새로운 단계로 전진해 양국과 양 국민에게 더욱더 복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을 때다.
하지만 중국도 한국도 지금껏 관계 격상을 위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궁금해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에게 물었다. 미국, 일본과 급속 밀착 중인 윤석열정부에 대한 불만 탓이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답은 “중국이 한국에 관심이 없다”였다. 한국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중국은 전 정부를 대놓고 무시해 우리 국민감정을 상하게 했다.
지금 심화하는 미국과의 대치, 대만을 둘러싼 ‘하나의 중국’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굵직한 이슈가 하도 많아 그네가 한국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얘기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민감한 남중국해,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 편에 섰는데도 중국이 과거 한한령(限韓令) 같은 보복 조치에 즉각 나서지 않은 이유도 이해됐다.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줄지어 중국으로 달려간 해외 정상을 보다 걱정이 앞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해외 정상급 인사 6명을 베이징에 잇따라 초청해 회담했다. 초청에 응한 정상에겐 막대한 구매·투자 등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기도 했고, 또 그중 다수에서 국제 정치·외교·안보 질서 재편을 위한 중국 거들기 화답을 받아냈다.
걱정의 핵심은 경제다. 중국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교역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2개 지방정부(성·省)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추월했다.
정상급 회동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외교수장이 아직 중국의 새 외교부장과의 만남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후 고위급 교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지만, 말뿐이었다. 고위급 교류의 중국 측 핵심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취임한 지가 벌써 넉 달째인데 우리 외교부 장관과 만난 적이 없다.
전략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어떤 외교 기조를 펼치든 중국이 한한령처럼 한국을 대하진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중국엔 한국이 미국 등 반중 전선과 극단적으로 밀착하는 상황이 최악이다. 중국은 최소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간쯤 어디에 계속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도 적당히 한국 비위를 맞춰야 한다. 최근 시 주석의 재중 한국 LCD 공장 깜짝 방문이나 중국중앙TV의 한국 기업인 인터뷰 방송 등이 그럴 의사 표현이 아닐까.
한한령으로 한국이 크게 피해 본 것도 없다. 화장품이나 엔터테인먼트, 관광 산업 등만 일부 피해를 봤을 뿐이다. 그런데 그 분야는 어찌 보면 우리보다 중국에 더 필요한 산업이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규제로 한국에 한방 먹이려던 일본이 큰 득을 못 본 것과 마찬가지 결과였다. 한국이 그 정도 보복은 이겨낼 경제와 산업, 국가 위상을 가졌다.
미·중 갈등 속 부상한 한국의 가치를 이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실리만 챙기면 된다. 한국에 혈맹 미국 다음은 당연히 중국이다. 명색이 ‘전략적’ 관계라는 나라와의 관계에서 우리 이익을 위해 윤석열정부가 어떤 복안을 마련해 놨는지가 궁금해졌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도 당연히 뭔가 준비해 놨을 것으로 믿는다.
나기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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