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 UN사무총장 도청… ‘젤렌스키에 불만 드러냈다’”

김동현 기자 2023. 4. 1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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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AFP 연합뉴스

최근 기밀 문건 유출 사태로 곤욕을 치른 미국 정부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의 사적 대화를 도청했다는 문서가 추가로 공개됐다고 1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UN 보좌관들 간 대화 내용이 담긴 기밀문건 4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들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역을 방문하려다 거부당해 분노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때 분쟁 지역인 티그라이주를 방문하려 했지만, 데메케 메코넨 에티오피아 부총리로부터 거부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공개된 문건엔 또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길 전달받았을 때 “기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UN의 한 외교관은 74세로 고령인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몇 주간 연속된 해외 출장과 우크라이나까지의 장시간 비행, 수도 키이우까지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 등을 신경 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3월 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에게 ‘국제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예고 없이 진행된 데 대해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이번 기밀문서에 담겼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함께 여군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이후 이들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격려하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대변인에게 “우리를 ‘팔아먹으려고(to liquidate)’ 모든 일을 했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에 대해 WP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뒤 상의 없이 메달 수여식이 열려 불쾌해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가 ‘팔아먹다’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 내용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그의 보좌관들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로, 미국이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근거해 비밀 정보원들로부터 몰래 수집한 것이라고 W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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