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맨해튼 마라탕집 건물 내 中 비밀경찰서 운영 2명 기소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3. 4. 1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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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3국 중 비밀경찰서 관련 첫 기소
중국계, 향우회 간판 달고 활동
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 작전 개입
中당국자 수십명도 무더기 기소
미국 뉴욕의 마라탕집 건물에서 '중국 푸젠성 향우회장' 직함을 내걸고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해온 루젠왕(61)이 지난 17일 브루클린의 뉴욕동부지검에 체포됐다가, 변호인(초록색 옷 여성)과 함께 보석 석방을 신청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루젠왕과 또다른 비밀경찰서 운영자 천진핑은 이동 제한령 속에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자 2명이 17일(현지 시각)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에 체포·기소됐다. 중국이 재외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해 한국 등 53국에서 최소 102개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서방 각국이 비밀경찰서 폐쇄를 요구하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그 관련자가 형사 기소된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미국은 비밀경찰서를 원격 지휘한 중국 당국자 수십 명도 무더기로 기소 목록에 올렸다.

뉴욕연방동부지검과 FBI 뉴욕지부는 이날 중국계 미 시민권자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뉴욕에서 비밀경찰서를 무단 운영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루젠왕 등은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마라탕집이 있는 6층 건물에 ‘창러공회(푸젠성 향우회)’란 간판을 걸고 향우회장의 직함 등을 내세워 활동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도피한 민주화·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협박하고, 중국에 강제 송환하는 작전인 ‘여우 사냥’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부는 물론 서부 캘리포니아 인사들까지 스토킹하고 중국에 넘기려 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 뉴욕의 중국 비밀경찰서로 알려진 차이나타운의 마라탕집 건물. 3층에 푸젠성 향우회를 뜻하는 '창러공회' 간판을 건 곳이 바로 비밀경찰서로, 이들은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부는 물론 캘리포니아의 중국 반체제 도피사범이나 중국계 미국인 등을 감시하고 협박하거나 중국에 강제 송환하는 '여우사냥'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검찰은 이뿐 아니라 뉴욕 등의 비밀경찰서 운영에 개입한 중국 현지 공안 당국자 34명도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가짜 계정을 수만 건 만들어 미국에 대한 여론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에서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이슈에서 반미(反美)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온 피스 동부지검 연방검사는 이날 회견에서 “오늘 기소는 중국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우리가 알고 있으며, 그런 주권 침해 행위를 미국 땅에서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분명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브레온 피스 뉴욕연방동부지검 검사가 17일(현지시각) 브루클린 검찰청에서 FBI 등 수사당국 관계자와 공동으로 회견을 열어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자와 중국 현지 당국자 등 수십명을 무더기 기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피스 검사는 "중국이 미국 땅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짓을 더이상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서울에선 지난해 연말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돼 논란이 일었으나,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못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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