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물가 올리고 달러 지위도 위협" 유럽은행의 경고
"G2경쟁→지정학 긴장 고조→공급망 차질→물가상승"
주요 2개국(G2)으로 평가받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균열이 세계 공급망 체계를 무너뜨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압박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중 간 경쟁이 지금보다 심화하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5% 더 오를 수 있다는 경고다. 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분열되면서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거란 우려도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 연설에서 장기간 이어진 미·중 간 대립구도에 지정학 긴장이 더욱 고조됐고, 이것이 세계 경제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1990년 이후 경제 데이터에서 지정학 리스크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하며 "세계 각국이 경쟁국과의 무역 거래를 중단 또는 축소하고, 국내 혹은 동맹국으로부터 물자를 구하면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하면 세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단기적으로 5%, 장기적으로 1%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분열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며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이외 공급망 개선, 에너지 절약 등의 추가 정부 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 리스크에 크게 흔들릴 것으로 봤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최근 역외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 사용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은 14개 핵심 소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유럽도 희토류 공급의 98%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지정학 긴장에 따른 공급망 붕괴는 전기차 등 핵심 분야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라가르드 총재는 일부 국가가 지정학 리스크에 달러와 유로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이미 위협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미 일부 국가는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화 같은 대체 통화를 찾거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는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무역금융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무역 시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 중 위안화의 점유율은 4.5%로 집계됐다. 이는 달러의 점유율 84.3%(전년 대비 2.5%포인트 하락)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나, 지난해 2월 2% 미만에 비하면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안화가 무역금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전체 6%를 차지한 유로화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 동아시아연구소의 바오청커 부소장은 17일 대만 중앙통신사 인터뷰에서 최근 나타난 위안화 결제 증가 움직임은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일부 국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오 부소장은 "일부 국가의 위안화 결제 채택은 미국이 자본 우위를 이용해 자국에 유리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며 달러 지위의 약화를 미국이 자처한 것이라고 봤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한 무역 제재에 달러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 달러 패권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결과적으로 위안화 비중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이것이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현재 위안화의 역할은 개별 국가 간 거래에서 나타난 달러 결제의 결점이나 미국 경제제재에 따른 허점을 보완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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