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반복되는 악몽, 명가의 추락…전북 현대, 20년 공든 탑 ‘흔들’
2009년 이후 9회 우승한 최고의 팀
무기력한 플레이로 하위권 머물러
팬들 “감독·대표이사 퇴진을” 요구
프런트선 잡음까지 ‘총체적 난국’
색깔 없는 밋밋한 축구, 근성 없고 무기력한 플레이, 순위 추락, 사무국 리더십 실종, 서포터스 응원 중단 및 감독·대표이사 동시 퇴진 요구, 사무국과 서포터스 간 첨예한 대립, 관중 감소. 2000년대 K리그 최고 명가로 평가받는 전북 현대가 무너지고 있다. 잘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다. 20년 쌓아온 명가 이미지는 순식간에 붕괴할 조짐이다. 적극 투자한 모기업 현대자동차 노고도 잊힐 위기다.
전북은 현재 12개 팀 중 9위(2승1무4패)다. 7경기에서 넣은 골은 겨우 7골(8실점). 전북하면 떠오른 ‘닥공’은 사라졌다. 무의미한 슈팅만 남발된다. 유효슈팅 6개 중 한 개가 겨우 골이 된다. “전북이 도대체 무슨 축구를 하려는지 방향성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부임 3년차인 김상식 감독은 연신 고개만 숙일 뿐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옵타 이용훈 에디터는 “김상식호는 점유율과 경합 승률이 점차 낮아지는 등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전진 패스 비율은 여전히 낮아 직선적이지도 않은 답답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옵타 데이터가 존재하는 2017년 이래로 가장 좋지 않은 시즌임이 기록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프런트 내부 잡음도 적잖게 들린다. 허병길 대표이사가 과도하게 권한을 휘두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직원도 생겼다.
전북 서포터스도 구단과 심각하게 대치하고 있다. 허 대표이사와의 면담 무산, 성적 부진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사과, 감독·대표이사 퇴진 구호에 구단 차원의 스피커 응원 맞불 등이 양측 갈등을 심화했다. 서포터스는 지난 1일부터 공식 응원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전북 홈 평균 관중은 1만2294명에 불과하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지만 전성기 2만명이 모인 전주성에는 빈자리가 점점 늘고 있다.
전북은 K리그 전체 구단 중 역대 홈 승률 1위(74.7%)를 자랑한다. 창단 처음으로 우승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9번이나 K리그 정상에 섰다. K리그 최초로 5년 연속으로 우승한 명문이다. 2006년과 201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했다. 전북 선수단 2022년 연봉 총액은 197억1399만원으로 K리그 압도적 1위다. 카타르 월드컵 스타 조규성(25), 리그 최정상급 윙어 송민규(24), 국가대표 미드필더 백승호(26), 홍정호(34)·김진수(31) 등 전·현직 대표팀 수비수들도 기대 이하 경기력에 머물고 있다.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돈이 아까울 정도다.
현대자동차가 축구단에 브레이크를 걸고 엔진과 핸들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그간 공들여 만든 ‘전북 현대차’가 대형 사고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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