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씨판 N번방' 터졌다···우울증 여학생 노려 성폭행·마약

이승령 기자 2023. 4. 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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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인사이드내 '우울증갤러리'
불안한 10대 여성들 모아 환심
연애로 이어진 뒤 성 착취와 폭력
일부 여성들은 낙태까지하기도
'신대방팸' 등 20대 男 조직 범죄
경찰, 마약·의제강간 수사 확대 검토
[서울경제]

최근 10대 여학생이 서울 강남구 빌딩에서 투신 사망한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유형의 자살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대 남성들이 마약 등을 동반한 ‘정모(정기 모임)’를 통해 10대 여성들을 유혹한 뒤 일부는 미성년자와 교제하며 성을 착취했고 결국에는 1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커뮤니티 이용자 대부분이 10대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 글을 무차별적으로 게시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N번방’ 사건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16일 강남 테헤란로 빌딩에서 투신한 10대 여학생이 이용한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서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자살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남성 유저들과 교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20대 남성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이용해 성착취 등을 일삼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제보자는 “가정 내에서 보살핌이 온전치 못했던 10대 소녀들이 타깃이 됐다”며 “연애를 빙자해 성을 착취하고 일부 10대 소녀들은 낙태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우울증 갤러리에서 주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소위 ‘신대방팸’이다. 이들은 20대 초반의 남성들로 신대방동 일대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제보자는 “5~6명 정도가 사는 신대방 일대에서 우울증 갤러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우울증 갤러리를 주도하며 10대 여성들과 일단 교제한 뒤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을 일삼았고 10대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밝혔다.

본인을 ‘신대방팸’의 일원과 과거 연인 관계였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유저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신대방팸은 아지트를 오가면서 함께 지내고 영화 ‘박화영’에 나오는 것과 같이 우두머리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했다. 고인은 사망 5개월 전 한 차례 자살 시도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기간 동안에도 우울증 갤러리 활동을 하며 교류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제보자는 “고인은 퇴원 이후에도 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신대방팸’이 부르면 곧바로 자리를 뜨고는 했다”며 “신대방팸 멤버에게 폭행을 당하고 헤어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연인이었던 A 씨는 전날 추락으로 사망한 10대 여성 B 씨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대방팸 거주지 인근의 주민들은 “매일 이웃집에서 게임하다가 소리 지르는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도 가끔 크게 들렸다”며 “뭘 하느라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다른 사람이 집에 들락거려서 그 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신대방팸을 비롯해 다수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모임을 통해 마약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불법 구매한 졸피뎀(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인 ‘술피뎀’뿐만 아니라 시판 감기약을 과다 복용해 환각을 느끼는 일명 ‘덱스’도 함께 이용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신대방팸과 어울리던 사람으로부터 덱스를 권유받았다”며 “졸피뎀은 흔하고 코데인을 소지한 사람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실제로 만난 사람 중 3명이나 자살을 했다”고 덧붙였다. 마약에 중독돼 사망한 유저도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신대방팸의 일원으로 10대 미성년자와 교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20대 남성은 전날 SNS를 통해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면 명예훼손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강남 빌딩 10대 투신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벌어진 마약과 의제강간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검토 중이다. 우울증 갤러리에서 벗어났다는 한 10대 소녀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20대 오빠에게 의지하며 살다가 결국 낙태를 하고 헤어졌다”며 “가정 환경이 온전치 않은 10대 여성에게 20대 남성은 큰 보호막 같아 이를 악용한 이들을 꼭 수사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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